[사설] 대안없는 과격시위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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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기로 결정한 전북 부안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제는 트럭을 몰고 군청으로 돌진하는 과격시위로 수십명이 다치는 불상사마저 일어났다.부안군민의 대승적 결단은 빛이 바래고 주민들 간에 감정의 골만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핵폐기장 선정 작업은 정부가 부안군의 6천억원 직접지원 요구를 수용한 데 이어 부지선정위원회의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다.

물론 주민과 사회단체의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아 유치신청을 냈다 해서 순조롭게 일이 풀리리라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이해의 바탕이 허약한 곳에서 설득과 양보가 간단히 이뤄질 리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작금의 큰 병폐가 바로 이 점이며 핵폐기장 반대 시위야말로 그 첨예한 갈등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럭 돌진에 가스통에 불을 지르는 시위라면 과격의 도를 한참 넘은 게 분명하다. 문제는 반대를 표현하는 방법이 과격시위 형태밖에 없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여기에 개인적 반대야 자유의사라 쳐도 집권 여당의 원내총무마저 앞장선 것은 문제가 많다.

환경단체들 역시 대안 없는 반대만을 고집할 때는 지났다. 환경운동의 목표가 환경과 삶의 조화에 있다면 이를 현실에 접목시켜 난제를 풀어나가는 자세가 더 절실한 것이다.

핵폐기장 유치 과정에서 부안군이 서둘러 신청하면서 주민의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점은 지적돼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게 유치를 되돌릴 사유는 안 되는 것 같다. 부지선정위원회의 지질조사 결과 위도가 활성단층이 없는 지역이라는 판정이 적지(適地)의 하나임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더 적극적인 주민설득으로 불안감을 가라앉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현지에선 원전에 대한 과장된 위험 등 헛 풍문이 퍼져 반대시위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반대주민들도 주도적으로 참여시켜 처리장 건설과 환경감시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시행해야 한다. 과격시위는 문제해결의 바른 길도 아니며 국책과제 해결에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