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방에 부채만 1개…격리 수용 재소자 또 고열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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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산교도소(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 격리 수용 중이던 재소자 2명이 이틀 새 잇따라 숨졌다. 교도소의 응급의료체계가 부실하고 재소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2건의 사망사건은 유족이 언론에 제보하면서 밝혀져 교도소 측의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부상·지병 30대 2명 연이틀 사고
유족 제보로 알려져 은폐 의혹도
고혈압·당뇨 등 매일 약 복용 600명
야간 의사 근무 안 해 응급대처 미흡

23일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2014년부터 복역해 온 서모(39)씨가 고열 증세를 보이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지난 20일 오전 7시50분쯤 숨졌다. 앞서 서씨는 9일 오전 11시20분쯤 점심 배식 문제로 다른 재소자와 실랑이를 하다 난동을 부려 조사수용방에 격리됐다. 조사수용방은 교도소 규율을 위반한 재소자들이 징계를 받기 전 기존 재소자들과 분리하기 위해 만든 별도 공간이다. 7.6㎡ 남짓한 공간에 화장실이 있고 최대 3명이 들어갈 수 있다. 선풍기는 없고 1인당 부채 한 개와 하루 세 번 2L 생수가 지급된다.

서씨는 격리된 지 10일이 지난 18일 오전 9시쯤 체온이 39.9도까지 오르고 경련 증상을 보였다. 이송된 서씨를 살펴본 양산부산대병원 의료진은 “패혈증과 열사병이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결국 교도소는 검찰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씨의 가족들은 같은 날 서씨를 경남 진주 경상대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20일 숨졌다.

하루 전인 지난 19일에는 부산교도소 조사수용방에 격리된 이모(37)씨가 고열 증세를 보이다가 사망했다. 17일 다른 재소자와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했고 격리 수용됐다가 40도가 넘는 고열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본지 8월 23일자 14면>

조사수용방에 격리된 재소자가 잇따라 사망하면서 교정시설의 응급의료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정시설의 의료체계는 의무 숙직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의사 면허가 있는 공중보건의, 의료과장, 기간제 의사 등이 근무한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간호사 5명, 간호조무사 4명, 응급구조사 2명 등이 1일 한 명씩 돌아가며 야간근무를 한다. 야간에는 의사가 상시 근무하지 않아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가 부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야간 응급상황 발생 시 교도소 옆 관사에서 지내는 의료과장과 공중보건의에게 보고하는 야간 응급보고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시스템에는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교도소의 경우 고혈압·당뇨 등을 앓는 재소자가 200여 명이나 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런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매일 정기적으로 약물을 투약받는 재소자는 600여 명이다. 암을 앓고 있거나 거동이 매우 불편한 중증환자는 100여 명이다.

실제로 숨진 서씨는 지체장애 3급이며 뇌전증·당뇨 등을 앓았다. 이씨도 고혈압과 당뇨 등을 앓아 매일 약을 복용해 왔다.

이에 대해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격리된 서씨에게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에서도 사망 원인이 관상동맥경화로 추정됐다. 폭염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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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송시섭 동아대 법학과 교수는 “조사수용방이 방도 좁고 환경도 열악하다 보니 격리된 재소자들의 건강상태를 자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특히 야간에 재소자가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대처가 미흡할 수 있다”며 “병원처럼 야간 당직의사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지역 보건의료기관과 긴밀한 연계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폐 의혹에 대해 교도소 측은 “재소자 사망이 최근 공교롭게 연이어 발생한 것일 뿐 고의로 은폐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씨 유족이 진정서를 냄에 따라 이 사건을 부산사무소에 배당해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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