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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6월 모의평가 토대로 수시 로드맵 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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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대학 입시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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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2일부터 대학 수시 모집이 시작된다. 2017학년도 대입 수시 전형 선발 인원은 전체 신입생의 70.5%에 달한다. 매년 선발 비율이 커져, 정시보다 수시가 ‘대입의 대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수시 모집은 학생부 교과·종합 전형과 논술, 실기(특기자) 전형 등 네 가지다.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수시 전형을 찾고 여섯 장의 원서를 치밀하게 배분해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시전형 선택 기준은 학생부와 6월 모평
수시 지원자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다. 수시 전형 중에서도 학생부를 주요 평가 지표로 삼는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85.8%에 이른다. 학생부에 기재된 교과와 비교과 영역을 면밀히 살펴 학생부 위주의 전형에 지원하는 것이 대학으로 가는 가장 넓은 길인 셈이다.

학생부와 비교해야 할 항목이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다. 곽영주 불암고 진학부장은 “학생부 자체는 주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수능 모의고사 성적과 비교해 자신의 객관적 위치와 지원 가능 대학을 가늠해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부에 기재된 내신 등급은 고교의 수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니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고, 비교과영역 역시 계량화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학생부의 비교 잣대로 삼을 성적은 6월 모의평가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매년 수험생의 성적 추이를 조사해보면, 6월 모의평가보다 수능 성적이 높은 경우는 20%가 안된다”며 “이를 실제 수능 성적으로 가정하고 로드맵을 짜야 수시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9월 1일 치르는 모의평가 가채점 점수까지 고려하면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다.

6·9월 모평 성적과 학생부를 견주어 세 가지 지원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모평 점수보다 학생부 내신 성적이 높은 경우, 모평 점수보다 학생부 내신 성적이 낮은 경우, 두 성적이 엇비슷한 경우다.

학생부 교과·종합, 논술, 실기 등 네 가지 전형
모의고사 성적, 내신보다 높으면 논술이 유리
상향·적정·안정권으로 원서 배분하는 게 좋아

곽 진학부장은 “모의고사 성적보다 내신이 높은 학생은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지원해 반드시 수시에서 합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수준의 대학을 여러 곳 지원하는 것보다 모의고사 성적 기준으로 상향·적정·안정권의 대학으로 적절히 원서를 배분하는 편이 낫다. 신 교장도 “이 유형의 학생은 ‘수능 때까지 성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에 안정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대학 진학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반드시 수시 원서 2장은 안정권으로 판단되는 대학에 지원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보다 높은 경우라면 논술 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이 적합하다. 유석용 서라벌고 교사(서울진학교사협의회 부회장)는 “특목고·자사고 등 우수 학생이 많아 내신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이라며 “학생부의 비교과영역을 통해 학생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춰 진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든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건 아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됐다면 내신이 저조해도 합격이 가능하고,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다면 내신이 높아야 합격 가능성이 높다.

신 교장은 “논술전형 역시 수능에 우위를 보이는 학생에게 유리하다”며 “상위권 대학의 논술전형은 수능최저기준만 맞추면 쉽게 합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수능에 자신있는 학생이라면 정시 준비와 함께 논술전형으로 상향 지원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시에서 지원해 일단 합격하면, 정시에는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수능 성적이 아무리 높게 나와도 정시를 치를 수 없다는 뜻이다. 이같은 ‘수시 납치’의 가능성도 주의할 점이다. 곽 진학부장은 “안정 지원을 하고 싶다면 수능 이후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고사를 치르는 대학을 골라 원서를 접수해두고, 수능 성적이 잘 나오면 대학별고사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시 납치’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학생부를 검토할 때도 순서가 있다. 교과와 비교과 영역이 모두 필요한 학생부종합이 가능한지 살피고, 비교과 준비가 미흡하면 학생부교과전형 지원을 고려하는 게 순서다.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지원하는 것과 논술전형 사이의 유불리를 따져본 뒤 수능과 내신의 우위도 가늠해보는 식으로 모든 전형을 순차적으로 점검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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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전형 중 두가지에 집중 … 수능 소홀히 말아야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수시와 정시는 대입을 위해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수단이지, 하나만 선택하고 다른 걸 포기하는 배타적인 전형이 아니다. 수시를 준비한다며 수능을 소홀히 하는 건 목표 대학 진학에 스스로 걸림돌을 놓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올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되는 추세”라며 “수능을 탄탄히 준비한 학생은 상향 지원한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라 풀이했다.

고려대의 학교장추천과 융합형인재전형의 자연계열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지난해 2개 영역 등급 합이 4 이내였던 데 비해, 올해는 5 이내로 변경됐고, 연세대 일반전형 자연계열 역시 4개 영역 등급 합이 7 이내에서 8 이내로 낮아졌다. 반면 최상위 수험생이 지원하는 의예과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은 강화됐다. 고려대 의과대학은 3개 영역 등급 합이 4 이내에서 3 이내로, 아주대 의학과는 3개 영역 등급 합이 4 이내에서 3개 영역 모두 1등급으로 바뀌었다. 주 교장은 “수시로 지원한 전형의 수능최저등급기준을 학교별로 반드시 확인하고, 수능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대학 합격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당부했다.

곽 진학부장이 “수시 지원할 때는 응시 전형을 2가지로 압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부교과·종합전형, 논술전형·실기전형 등을 두루 지원한 경우 이에 필요한 서류나 대학별고사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수능 준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신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전형을 2가지로 압축해 수시와 정시를 집중력있게 준비해야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신 교장은 “수시 원서를 접수하기 전에 반드시 담임 교사나 진학담당 교사와 면밀한 상담을 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학생부 위주의 전형에 응시할 경우, 대학에서 학생부 내역을 정성평가 하기 때문에 단순히 내신 등급과 비교과 활동 내역만으로 합격 여부를 기계적으로 산출하기란 불가능하다. 신 교장은 “수능 점수만 대입하면 합격과 불합격이 명확히 갈리는 정시와 달리, 수시에서는 학생의 진로와 학업태도·전공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교사의 판단과 조언을 신뢰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사는 “지난해 수시에서 전교 11등과 22등 학생이 서울대의 같은 학과에 같은 전형으로 지원했다가, 22등 학생이 합격하고 11등이 떨어진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시 전형이 갈수록 전공적합성을 면밀히 검증하는 형태로 진화하는만큼, 드러난 성적보다 학생의 학습 과정 전체를 지켜본 교사의 판단이 대입 결과와 더 맞아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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