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과 공모해 남편살해한 부인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연남과 함께 남편에게 다량의 니코틴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부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니코틴 원액이 살인 범죄에 이용된 국내 첫 사례다.

경기도 남양주경찰서는 21일 살인 혐의로 A씨(47·여)와 내연남 B씨(46)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 22일 오후 11시쯤 남양주시에 있는 A씨의 남편 C씨(53)의 집에서 C씨에게 니코틴 원액과 수면제인 졸피뎀을 섞은 뒤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C씨가 "평소 건강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 등으로 미뤄 사인을 알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C씨에 대한 부검을 요청했다. 부검 결과 C씨의 몸에선 다량의 니코틴과 졸피뎀이 발견됐다.

무색무취인 니코틴 원액은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에 해당해 허가를 받아야 제조·유통이 가능하지만 전자담배 이용 인구가 늘면서 국외 사이트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혈중 니코틴이 L당 0.17㎎ 이하면 안전한 수준이고 3.7㎎ 이상이면 치사량으로 간주된다.
C씨의 몸에선 L당 1.95㎎의 니코틴이 검출됐다. C씨는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에 따르면 신체 상태에 따라 혈중 니코틴 ℓ당1.4㎎ 수준에서 숨진 사례가 있다.
다량의 니코틴 검출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C씨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C씨의 아내인 A씨를 의심했다. 2009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알게 된 이들은 2010년 6월부터 동거하던 사이다. 이들은 C씨가 사망하기 2개월 전인 지난 2월 말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초혼이고 A씨는 재혼이었다.

경찰은 A씨의 통화내용 등을 확인한 결과 A씨가 2년 전부터 B씨와 내연관계를 맺어 온 것을 알게 됐다.

또 B씨가 범행 1주일 전 인터넷으로 중국 상하이의 한 업체를 통해 니코틴 원액을 구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니코틴은 국제운송업체를 통해 A씨에게 배송됐다. A씨는 C씨가 사망한 뒤 C씨 명의로 된 보험금과 부동산 등 10억원 상당의 재산을 모두 빼돌렸다. 이중 1억원을 B씨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해외로 도피하려던 A씨와 해외에서 잠시 귀국한 B씨를 지난 17~18일 잇따라 체포했다.

A씨와 B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B씨는 경찰에서 "담배를 끊고 전자담배를 이용하려고 액상 니코틴을 샀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구입한 니코틴 원액을 A씨가 평소 복용하던 졸피뎀과 섞어 C씨에게 먹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C씨에게 니코틴을 줬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 = 최모란 기자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