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야 그냥 넘기면 되지” 이석수 발언 위법성 논란 핵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기사 이미지

우병우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이석수(53) 특별감찰관까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은 18일 “우 수석을 감찰한 이 특별감찰관이 감찰내용을 언론사에 누설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게다가 청와대가 19일 이 특별감찰관의 누설 의혹을 “중대한 위법”으로 규정했다.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사건은 다음주 배당된다.

‘우병우 감찰’ 내용 유출 수사 불가피
MBC가 보도한 특정언론과 통화서
수사의뢰 하겠다는 감찰 방향 밝혀
“운전병 인사랑 정강 보고 있다”
아들병역·부인회사 등 범위도 언급
법조계 “누설 아니다”“문제있다” 갈려

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의혹은 지난 16일 MBC 보도로 촉발됐다. MBC는 “이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 수석 아들과 (우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감찰 대상’이라고 알려줬다”며 ‘감찰내용 누설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17일 이 특별감찰관은 “누군가가 통화 내용을 도청한 것 아니냐” 등의 말로 ‘사찰 의혹’ 카드를 꺼냈다. 그러자 MBC는 후속 보도를 통해 “해당 언론사 기자가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유출됐고 우리가 이를 입수해 보도한 것”이라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는 우 수석 아들의 운전병 특혜 의혹에 대해선 직권남용 혐의를, 우 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과 관련한 의혹은 횡령·탈세 혐의를 적시한 수사의뢰서를 대검찰청으로 보냈다.

기사 이미지

사건은 청와대의 입장 발표로 이어졌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9일 브리핑에서 “감찰 내용을 특정 신문에 유출하고 그 언론과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 행위이자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사건의 무대는 곧 검찰로 옮겨진다. 고발장에 적힌 이 특별감찰관 혐의는 특별감찰관법의 감찰 내용 누설 금지 위반이다. 이 법엔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22조)이 있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는다.

검찰은 이 감찰관에 대한 고발 사건을 우 수석 고소·고발 사건이 있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해 같이 수사할지, 아니면 따로 형사부로 보내 수사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사 기자와의 공모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특수부에 배당하거나 특별팀을 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감찰의 결과물인 수사의뢰와 감찰 과정의 위법성을 문제 삼는 고발이 같은 날(18일) 이뤄졌다.

검찰은 이 특별감찰관과 언론사 기자 사이에 실제로 대화가 있었는지, 그 내용이 알려진 것과 같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특별감찰관은 물론 해당 기자도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화 내용이 유출된 경위에 대한 확인 작업도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이 특별감찰관의 사법처리 가능성에 대한 법조계의 견해는 엇갈린다. 쟁점은 MBC 보도를 통해 알려진 한 언론사 기자와 이 특별감찰관의 통화 내용이 특별감찰관법이 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감찰 내용’에 해당하는지다. 의혹과 관련된 사실 관계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언급됐는지가 처벌 여부의 관건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문제가 되는 대목은 이 특별감찰관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운전병 인사랑 정강”이라는 등 감찰 범위를 언급한 것, “다음주부터 본인과 가족에게 갈 건데. 소명하라고” “우리야 그냥 검찰에 넘기면 되지”라는 등 감찰 방향을 드러낸 부분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체 취지가 민정수석실의 개입 때문에 감찰이 어렵다는 하소연에 가깝다. 정강이나 우 수석 아들의 운전병 복무 문제를 언급했지만 언론에 공표된 것 이상의 구체적 정보가 없어 ‘감찰 내용’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감찰 범위와 진행 상황을 특정한 부분은 문제다. 구체성이 떨어지더라도 감찰관 본인의 발언이어서 특별한 신뢰성이 있는 감찰 내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일훈·김선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