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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너무 즉흥적인 인천시의 유커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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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오상민
오상민 기자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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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지난 3월 28일, 인천시 월미도 문화의 거리는 내내 떠들썩했다. 중국 광저우(廣州)에 본사를 둔 건강보조식품 개발·유통기업인 아오란(傲瀾)그룹 임직원 4500명이 ‘치맥(치킨+맥주) 파티’를 벌였기 때문이다. 당시 치킨 3000마리와 캔맥주 4500개 등이 동원됐다. 5개월이 안 된 지금 월미도 문화의 거리가 다시 떠들썩하다. ‘캔맥주 조형물’ 탓이다.

인천시가 올해 안에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캔맥주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 발단이다. 전체 6박7일 일정 중 나흘을 인천에서 보낸 아오란그룹의 방문을 기념하겠다는 취지다. 1m 높이 조형물의 제작·설치비용은 전액 주류업체 A사가 부담한다. 대신 조형물에 이 주류업체의 상표를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지난달 인천시는 국내 3대 주류업체에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중 A사가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 업체는 아오란그룹의 방문 당시 맥주를 무상으로 제공했던 곳이다.

인천시가 조형물을 설치하려는 속내는 단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앞으로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오란그룹 유치 이후 인천은 중국에서도 많이 알려졌다. 이후 장쑤(江蘇)성에 본사를 둔 롱리치그룹이 3년간 3만 명의 임직원을 보내기로 했다. 올해 기업회의 참가 형태로 인천을 찾는 유커만 2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아오란그룹만 해도 2018년까지 인천에서 기업 행사를 계속 연다. 꾸준한 유커 유치는 한·중 관계를 부드럽게 해 주는 부수효과도 일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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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월미도 문화거리에서 지난 3월 치맥파티를 즐기고 있는 중국 아오란그룹 직원들. [사진 오상민 기자]

대규모 유커의 방한을 기념하는 사업은 인천이 처음은 아니다. 제주도는 2011년부터 연동 일대 번화가를 ‘바오젠(寶健) 거리’로 명명했다. 바오젠기업이 한꺼번에 1만1000여 명의 대규모 여행단을 보낸 데 화답한 조치였다.

하지만 인천시의 캔맥주 조형물을 둘러싼 비판도 적지 않다. 한·중 우호의 상징물로 특정 회사의 캔맥주 조형물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부터 받는다. 실제로 인천시 조형물 설치 평가위원회는 최근 “(캔맥주 조형물이) A사가 판매하는 캔맥주와 비슷한 형태라 홍보성이 짙다”며 조형물 시안 재검토를 요구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아오란그룹의 방문으로 인천이 얻은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을 홍보하는 기념 조형물까지 설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커를 유치하려는 인천시의 노력은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너무 즉흥적인 아이디어는 곤란하다. 좀 더 의미 있는 대안을 찾아보면 어떨까.

글=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