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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드론 강자’ 중국 DJI가 던진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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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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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진
산업부 기자

“그럼 법인장님을 소개합니다.”

홍보담당 매니저가 마이크를 내밀자 행사 진행요원인 줄 알았던 티셔츠 입은 남성이 앞으로 나섰다. 파마 머리에 멋으로 기른 듯한 수염, 청바지에 운동화. 세계 드론(무인항공기) 시장의 70%를 장악한 중국 DJI의 한국 법인장 문태현씨는 서른 둘이다. 드론 비행을 시연하러 나온 직원들은 한층 어리다. 노란 염색 머리에 반바지 차림의 한 조종사는 갓 스물을 넘겼다. 대학 휴학 중이라고 했다. “리모트 콘트롤 헬리콥터를 너무 좋아해 중국에 유학을 갔다가 드론에 빠져서 DJI에 입사했어요.”

16일 경기 용인시의 DJI 실내 비행장을 찾으며 기자가 품은 궁금증은 이것이었다. ‘레저용 드론 시장이 2조원을 훌쩍 넘는다는데 왜 한국에선 제대로 진출한 회사가 없을까. ’

DJI 코리아의 직원을 보자 어렴풋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 업계를 살펴보기 위해 몇몇 드론 업체 대표와 통화하며 짐작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20여년 간 군사용 드론을 만들었다는 한 업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걸 취미로 날리려고 몇 백만원을 쓰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

젊고 드론을 사랑하는 직원들. 이들의 눈높이에선 다른 이들이 미처 보지 못한 시장이 보였을 것이다. 2006년 DJI 를 창업한 프랭크 왕(36) 역시 어렸을 때부터 모형 비행기 매니어였다. 복잡한 모형 비행기를 쉽게 조종하게끔 만들면 반드시 살 사람이 있을 거란 걸 체감적으로 알았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불가사리를 닮은 안정적 모양의 드론을 내놓고(팬텀1), 이 드론에 카메라를 장착해 간접 비행 체험을 할 수 있게끔(팬텀2) 제품을 진화시켰다.

DJI 직원들조차 레저용 드론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지 예측하지 못한다. 문 법인장은 “홍대 플래그십스토어엔 생각하지도 못했던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찾아온다. 매주 목표 매출액을 갱신할 정도 ”라고 소개했다. 비상장회사인 DJI는 정확한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지난해에만 1000% 이상 성장한 걸로 추정된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은 큰 숙제다.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산업을 빠르게 파괴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중년 임원이 지휘하고 젊은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한국 대기업식 문화에선 새로운 시장을 읽을 수 없다. 기존의 상상력으로 시장의 수요를 한정하면 젊은 기업에 밀린다. DJI가 한국 기업들에 던지는 교훈이다.

임미진 산업부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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