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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드 논란, 흥분 아닌 설득이 해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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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를 두고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함께 설득에 나섰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어제 경북 성주군을 방문해 주민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한 장관은 북한 탄도미사일 고고도 요격용인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게 된 경위와 성주 주민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할 수 없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그 전날인 16일엔 마크 밀리 미 육군참모총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리쭤청(李作成)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 사령원(사령관)을 만났다. 외신에 따르면 밀리 총장은 리 사령원에게 “사드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미국이 늦었지만 성주 주민과 중국에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으로 발전될 때까지 방치한 책임은 있다.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떠나 과정상 잘못된 일이다.

 지난달 13일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직후부터 국민과 정치권은 찬성과 반대로 갈라졌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일부 성주 주민들은 머리띠를 매고 집단 시위했다. 정치인들도 성주에 갔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온갖 괴담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금도 많은 국민이 사드에 관한 왜곡된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고위공무원들조차 사드가 북한 탄도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하는지, 꼭 배치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내부 단속도 못하는 정부가 한심하다. 이 모든 일이 국방부가 사드의 배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과 오해를 세심하게 준비하지 못한 결과다. 사드 문제가 마무리되면 관련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국도 좀 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주한미군에 배치될 사드는 분명 북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한·미 연합 전력과 우리 국민 보호가 목적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사드에 대해선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어야 했다. 중국은 사드를 한반도 현실과 상관없이 미국과의 글로벌 경쟁 차원에서 볼 수 있다. 미·중이 남중국해를 비롯한 동남아와 인도양에서까지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따라서 미국은 사드가 미·중 경쟁의 일환이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시급하고 필수적인 무기체계라는 점에 대해 중국에 사전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제거되면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십수 년간 북한의 핵 폐기에 노력해 온 과정을 생각하면 중국 설득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이제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해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얘기하자. 사드 배치는 수년 내 현실로 다가올 북한의 핵 장착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사드 레이더파의 유해 문제나 사드 레이더가 중국 미사일 기지를 탐지·추적한다는 오해도 처음보다는 많이 해소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민구 장관은 성주 주민의 심리적인 고통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성주의 어떠한 제안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해 해결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