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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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류 또는 유산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리비아 무력응징이 드디어 감행됐다.
리비아수도 트리폴리와 최대 항구도시 벵가지 일대가 폭격을 받아 1백 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나가 있는 근로자 등 우리국민 2만3천 여명이 전원 안전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단 안도감을 가지면서도 사태가 제대로 진정될 것 같지 않아 쉽게 마음을 놓을 수 가 없다.
국제법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폭격은 국제분쟁의 강제적 해결을 위한 무력복구(복구)에 해당한다.
「복구」(reprisal)는 위법행위를 범한 국가에대한 강제조치라는 점에서「보복」(retortion)과 다르고, 무력행사를 전국적으로 계속할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전쟁」(war)과도 구별되는 국제분쟁 해결수단의 하나다.
물론 오늘의 평화보장체제가 완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불법행위의 중지나 방지를 위해서는 무력사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다.
또 오늘날의 문명세계를 위협하는 야만적인 테러행위는 근절돼야 하고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그런 테러행위의 배후가 명백히 리비아라고 하면「레이건」대통령의 결단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못지 않게 국제평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리비아에 국가이익이 걸려 있는 다수의 문명국가 국민들이 미국의 리비아폭격에 선뜻 공감하지 않고 있다.
무력사용은 다시 무력보복을 가져온다. 그 반복이 결국 전쟁으로 확대된 실례를 우리는 베트남에서 보았다.
지금 리비아는 미국의 보복에 대한 재 보복으로 이탈리아의 미군기지를 공격했고 다시 미국에 대한 무제한 보복에 임할 것이라 한다.
너무 무력에만 의존하는「레이건」행정부의 대외정책에도 문제가 있지만 국제현실을 무시하는 리비아의 대응책에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카다피」의 반제·반 시오니즘, 그리고 아랍세계의 통일과 그 영도를 꿈꾸는 그의 민족주의적 이상주의를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냉철한 현실이해에서 출발해야 하며 미국은 리비아가 무력으로 맞서기는 너무나 강대한 나라다.
만일 리비아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소련이나 다른 아랍 강경파국가들의 무력지원을 받게 된다면 리비아는「제2의 월남」이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
분명한 역사적 교훈은 무력행사는 일시적으로 분쟁을 해소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된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국제법도 정책수단으로서의 무력사용을 일체 금지토록 제도화했다.
이번 리비아 폭격이 비록 공중전력의 사용에 제한된 것이긴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무력조치이기를 기대한다.
이후의 문제는 평화적 해결수단에 의존해야 한다. 일부 국가들이 중재를 자임하고 나선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우리 정부는 미국·리비아와의 대화를 넓혀 자국민보호와 국익수호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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