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자골프, 메달리스트 평균 연령 38세 '베테랑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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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나란히 금메달을 안긴 저스틴 로즈(왼쪽)와 테니스 스타 앤디 머리. [사진 저스틴 로즈 트위터]

112년 만에 귀환한 남자 골프는 노장들의 잔치로 막을 내렸다.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끝난 리우 올림픽 남자 골프에서 저스틴 로즈(영국), 헨릭 스텐손(스웨덴), 매트 쿠차(미국)가 시상대 위에 나란히 섰다. 금메달을 차지한 로즈가 36세로 가장 젊고, 스텐손 40세, 쿠차 38세로 남자 골프 메달리스트의 평균 연령은 38세에 달했다.

골프는 사격, 승마 등과 함께 베테랑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 중 하나다. 사격의 남자 더블트랩의 경우 메달리스트의 평균 연령이 39.7세에 달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쿠웨이트의 페하이드 알디하니는 50세였다. 사격 남자 공기권총 10m에서는 42세의 호앙 쑤안 빈(베트남)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골프가 ‘노장들의 잔치’로 끝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차세대 황제로 꼽히는 젊은 주자 제이슨 데이(29·호주), 조던 스피스(23·미국),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가 모두 불참을 선언하면서 베테랑들의 '밥상'이 차려졌다. 세계랭킹 1~4위가 모두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서 메달 경쟁자들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링크스 코스의 특성도 한 몫 했다. 강한 바람 그리고 자연과 싸움에서 관록의 베테랑들이 더 잘 인내하며 코스를 요리했다.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는 디 오픈도 젊은 선수보다 경험이 풍부한 노장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 디 오픈에서도 헨릭 스텐손이 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렸다. 2위 필 미켈슨(미국)이 46세, 3위 J.B. 홈스(미국)가 34세였다. 올해 디 오픈 1~3위의 평균 연령은 남자 골프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38세보다 높은 40세였다. 게다가 4위는 49세의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였다.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은 해안가의 바람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 안병훈(25)을 보더라도 바람에 따라 샷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로즈와 스텐손은 날씨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샷을 구사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둘은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리우 혈투’라고 불릴 정도로 명승부를 펼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금메달의 주인공 로즈는 “그 어떤 대회 우승보다 특별하다. 일반 골프 대회와 카니발의 중간 쯤 되는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60명이 경쟁을 펼친 골프는 일반 대회와는 달리 축제 분위기가 났다. 로즈는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영국의 테니스 스타 앤디 머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머리도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단식 2연패를 달성했다. 이로 인해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미국 골프채널은 로즈의 올림픽 금메달을 ‘대륙 슬램’으로 표현했다. 로즈는 유럽,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오세아니아)에 이어 남미에서도 우승하며 6개 대륙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로즈가 점령하지 못한 대륙은 남극뿐이다.

한편 이번 올림픽에서 영건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24세의 피터 토마스(벨기에)가 4위에 오르며 체면을 세웠다. 하지만 9언더파로 동메달리스트 쿠차에 4타나 뒤져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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