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로즈, '리우 혈투' 끝 112년 만 금메달 주인공

중앙일보

입력

 
저스틴 로즈(36·영국)가 112년 만의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세계랭킹 12위 로즈는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파71)에서 끝난 리우 올림픽 남자 골프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최종 16언더파로 우승했다. 올해 디 오픈 우승자 헨릭 스텐손(스웨덴)을 2타 차로 따돌렸다. 매트 쿠차(미국)가 13언더파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로즈와 스텐손이 금메달을 놓고 숨 막히는 혈투를 벌였다. 스텐손은 지난 달 디 오픈에서 필 미켈슨(미국)과 2파전을 벌였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링크스 코스에서 로즈와 금메달 경쟁을 벌였다. 로즈와 스텐손은 엎치락뒤치락하는 흥미로운 경쟁을 펼치며 골프의 묘미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12언더파로 1타 앞선 채 출발한 로즈의 컨디션은 좋았다. 첫 홀을 버디로 출발했다. PGA 투어 시즌 그린 적중률 72.6%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텐손은 정교한 아이언 샷을 바탕으로 로즈를 추격했다. 스텐손도 1번 홀에서 2온에 성공한 뒤 2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낚았다. 그리고 스텐손은 2번 홀에서 10m 이상의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리며 13언더파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그러자 로즈가 3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다시 달아났다. 5번 홀에서는 둘이 나란히 버디를 솎아냈다. 로즈가 7번 홀에서 그린을 놓친 후 4m 파 퍼트를 놓쳐 첫 번째 보기를 적어 둘은 다시 동타가 됐다. 하지만 로즈는 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곧바로 만회했다.

스텐손의 아이언 샷은 날카로웠다. 그는 10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다시 공동 선두 자리로 올라섰다. 로즈가 13번 홀에서 두 번째 보기를 하면서 스텐손이 이번에는 단독 선두가 됐다. 하지만 선두 자리를 오래 지키진 못했다. 스텐손은 14번 홀에서 이날 첫 번째 보기를 적고 주춤했다. 로즈가 15번 홀에서 120야드 거리에서 세컨드 샷을 핀 2m 거리에 붙였고, 버디를 낚으며 다시 1타 앞서갔다.

하지만 스텐손은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16번 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2m 내에 붙였고, 버디를 솎아내며 15언더파로 다시 올라섰다. 둘의 숨 막히는 승부는 마지막 18번 홀까지 이어졌다. 571야드로 세팅된 파5 18번 홀. 드라이버 입스(공포증) 경험 탓에 드라이버를 많이 잡지 않는 스텐손은 드라이버를 잡고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페이스가 열리면서 맞은 탓에 우측으로 밀렸고, 거리도 멀리 나가지 않았다.

역시 드라이버를 잡은 로즈의 티샷도 우측으로 밀렸지만 스텐손보다 거리가 34야드는 더 나갔다. 324야드 남은 지점에서 페어웨이 우드를 잡은 스텐손은 세컨드 샷을 잘 보냈다. 로즈도 페어웨이 우드로 스텐손보다 10야드 더 멀리 그린을 향해 날렸다.

결국 세 번째 샷에서 승부가 갈렸다. 51야드 남은 거리에서 스텐손의 웨지 샷은 백스핀이 걸려 핀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39야드 지점에서 로즈가 시도한 웨지 샷은 핀 50cm 거리에 붙었다. 스텐손의 8m 버디 퍼트는 길었고, 결국 스텐손은 3퍼트 보기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로즈는 가볍게 버디를 낚으며 영국에 골프 종목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베테랑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로즈가 36세, 스텐손이 40세, 쿠차가 38세로 메달리스트의 평균 연령이 38세였다. 제이슨 데이, 조던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 등 젊은 주자들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으면서 베테랑의 선전은 더욱 도드라졌다.

세계 최강을 자부했던 미국팀은 쿠차가 이날 무려 8타를 줄여 13언더파로 동메달을 차지해 체면을 세웠다. 또 버바 왓슨이 7언더파 공동 8위, 패트릭 리드가 6언더파 공동 11위, 리키 파울러가 이븐파 공동 37위를 차지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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