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김빼기 다시 나선 토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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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골리앗’ 코카콜라(미국)가 버티고 있는 콜라 시장에 국산 브랜드 콜라가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달 초 추억의 브랜드 ‘콜라독립815’를 리뉴얼한 ‘815콜라’가 출시됐다. 이마트는 지난 4월 ‘노브랜드콜라’를 선보였다.

815·노브랜드 ‘K-콜라’ 잇단 출시
점유율 99% 코카·펩시 벽 허물기
우리 입맛 맞추고 절반 가격 무장

업계에 따르면 국내 콜라 시장 규모는 9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75%를 코카콜라가, 24%를 펩시콜라(미국)가 차지한다. 국산 브랜드 콜라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코카콜라는 LG생활건강이 보틀링(술이나 음료를 병에 넣는 작업)하고, 펩시콜라는 롯데칠성음료가 보틀링한다.

미미한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국산 마이너 콜라의 도전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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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을 때리는 탄산에 독특한 향을 내는 검은빛 음료’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것은 1950년대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코카콜라가 암암리에 거래되면서다. 첫 국산 콜라는 61년 나온 스페시콜라(칠성콜라)다. 50년대 칠성사이다를 만들고 있었던 동방음료(칠성음료)가 내놨다. 지금의 롯데칠성음료다. 이어 68년 6월 코카콜라가, 다음 해 2월 펩시콜라가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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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콜라가 다시 등장한 것은 90년대 후반이다. 96년 8월 해태음료가 ‘콤비콜라’를 선보였다. 미국 코트비버리지에서 들여온 원액을 가공해 파는 방식이었다. 국산 콜라가 주목받은 것은 ‘콜라독립815’가 등장(98년 4월)하면서다.

이 콜라를 만든 범양식품(건영식품)은 코카콜라 보틀링 업체(충청·영남권 일부 지역)였다. 95년 코카콜라가 원액 공급을 중단하고 이 회사를 인수하려 하자 독자적인 콜라 개발에 나섰다. 당시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배경에 착안, 애국심 마케팅을 펼쳤고 99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콜라 전체 점유율의 13.7%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무리한 광고비 지출 등으로 경영이 악화됐고 2004년 9월 생산 중단에 이르렀다. 이후 지난해 10월 브랜드 판권을 소유한 건영식품을 웅진식품이 합병하며 ‘815’ 브랜드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이외에도 98년 4월 한국야쿠르트에서 내놓은 코리아콜라-탁시(TOCSI)는 수정과에 탄산을 넣은 맛으로 ‘토종 콜라’를 표방했다. 비슷한 시기에 커피 맛 나는 콜라인 카페콜라(일화)·볼카(제일제당)·해커스(웅진식품) 등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2000년대 후반 들어 대형마트도 자체상표(PB)로 출사표를 던졌다. 홈플러스가 2007년 3월 ‘홈플러스콜라’를 내놨다. 현재(7월 말 기준)까지 700만 병이 팔렸고 홈플러스 내 콜라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해 10월 이마트도 ‘이마트콜라’를 출시했다.

이어 2012년 9월 베스(VESS)콜라를, 올 4월 노브랜드콜라를 내놨다. 모두 월마트에 콜라 원액을 납품하던 탄산음료 제조사인 미국 코트에서 원액을 들여왔다. 노브랜드콜라는 지난 4월 시범 출시 후 2주 만에 8만 캔이 팔렸다. 6월 초 본격 출시 후 40만 캔이 판매되며 이마트에서 팔리는 콜라 매출 기준으로 3위다.

국산 콜라는 대부분 가격 경쟁 우위를 앞세운다. 대개 코카콜라보다 절반 정도 싸다. 홈플러스콜라는 1.5L가 990원으로 코카콜라(2180원)보다 65% 싸다.

웅진식품 김영건 상무는 “2000년 당시 블라인드 테스트 때도 맛의 차이는 없다고 나왔다”며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탄산 유지 시간 등을 원래 ‘콜라독립815’보다 더 높였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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