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에 극명한 인식차, 소통 부재가 문제…중국에 외교대표단 등 특사 파견 검토해볼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24일로 수교 24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가 기로에 섰다. 박근혜·시진핑(習近平) 한·중 두 정상이 ‘한집안(一家人)’ 사람 분위기를 연출하며 양국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는 말을 듣던 터여서 충격은 더 크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실험과 이에 따른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벌어진 일이다.

[심층분석] 수교 24주년, 한·중 관계 어디로

양국 관계를 뿌리째 흔들 만큼 격렬해지고 있는 사드 갈등해법 마련을 위해 중국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지난 9일 한·중미래연구원(원장 신정승 전 주중 대사)이 개최한 ‘수교 4반세기 한·중 관계 어디로 가나’ 특별 좌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현 한·중 관계를 위기로 규정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한·중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란 것은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저우위보(周玉波) 중국 인민일보 인민망 한국대표 또한 중국 언론이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가 우선적으로 타격하는 목표가 된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수교 이후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인적 교류가 1000만 시대를 돌파했음에도 한·중 관계가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정상기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사드 갈등을 통해 “서로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드를 북핵에 대한 방패라 생각하는데 중국은 자신을 겨눈 창이라 본다”는 것이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어느 분야에서의 소통 부재가 문제인가. 한·중 간 견해차가 생기고 심지어 충돌까지 빚는 사안은 주로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에서 발생한다. 김태호 한림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북핵 문제를 보는 시각이 중국과 우리가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이 유지되는 조건하에서만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한반도 안정은 북한 정권의 존립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시각이 다르니 소통이 제대로 될 리 없다는 이야기다.

윤영관 전 장관은 소통의 부재 문제보다 중국의 의도를 의심한다. 그는 “중국이 적어도 동아시아 대표 주자로 나서고자 하는 야심이 있다”며 “그 전략의 일환이 동아시아 내 미국의 영향력 약화이며 이를 위해 한·미 동맹의 틈을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미 동맹을 냉전의 유산이라고 비난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 나온 심리전이라는 것이다.

사드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윤 전 장관은 ‘조건부 사드 배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북핵이 폐기될 때까지만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약속하면 사드 배치 명분에도 충실하고 사드 타깃이 중국이 아니란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또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불편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엔 우리를 중국 포위작전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말하고, 중국엔 북한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 동맹을 흔들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확고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우위보 대표는 “한국에서 중국에 외교대표단 등 특사를 파견해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해법에 대해 논의한다면 이를 중국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사드 갈등에 대한 출구 전략으로서의 특사 파견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해 주목을 끌었다.

한편 중국이 이번 사드 갈등을 놓고 한국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한·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윤 전 장관은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한국을 계속 거칠게 밀어붙이면 한국은 이 같은 중국의 행위를 ‘한국 길들이기’로 해석할 것이며, 중국이 경제적 보복 조치를 취하면 한국에선 경제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결국 이제까지의 한·중 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당장의 사드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긴 역사적 맥락에서 양국 간의 상호 인식 차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논설위원 you.sangchul@joongang.co.kr

기사 이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