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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YG, 고깃집에 홍대 펍 결합 ‘탁 트인 포차형’…SM, 한·중·일·양식 40가지 ‘칸막이 카페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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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쪽에선 세련, 모던, 계획된 재미가 뿜어져 나온다. 다른 쪽에선 개방, 자유, 다양성의 공존이 넘실댄다. K팝 한류의 양대 발전소인 SM과 YG 비교다. 단, 음악이나 아티스트가 아니라 두 기획사가 운영하는 복합외식공간 얘기다.

한국 아이돌 기획사의 양대 산맥인 SM엔터테인먼트(대표 이수만)와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가 외식 사업에서도 개성 있는 대결을 펼치고 있다. YG는 CJ푸드 출신 노희영 고문을 영입해 ‘YG Foods(푸즈)’를 설립한 뒤 지난 4월 ‘YG 리퍼블리크’이라는 복합외식공간을 명동과 여의도에 열었다. SM에선 2008년 출범한 자회사 SM F&B 디벨롭먼트가 올 1월 청담동에 ‘SMT 서울’이라는 카페형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두 레스토랑은 공간부터 메뉴, 접객까지 각 기획사의 DNA를 빼닮은 듯 판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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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리퍼블리크` K-PUB 전경. [사진 김경록 기자]

‘YG 리퍼블리크’(이하 ‘리퍼블리크’) 여의도 IFC몰 지점은 평면전개형이다. ‘3 Birds(버즈)’ ‘K-PUB(펍)’ ‘삼거리푸줏간’ 등 세 개의 간판이 나란히 걸린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탁 트인 복층 높이 벽면에 여러 마리 새를 형상화한 그래픽 페인팅이 먼저 눈에 띈다. 샌드위치와 커피 전문 카페 ‘3 Birds’다. 열차 칸을 이동하듯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채로운 크래프트비어가 마련된 펍이 나타나고, 더 안쪽에는 복고풍 구이전문점 ‘삼거리푸줏간’이 있다.

‘YG 리퍼블리크’에서 맛볼 수 있는 치킨·샌드위치·볶음밥 등을 한데 담은 플레이트. [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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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측은 “냄새에 민감한 젊은 직장인들의 니즈를 파악해 높은 천장과 환기시설로 깔끔한 회식 장소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고깃집에서 1차 하고 나오면서 K-PUB에서 2차 ‘치맥(치킨+맥주)’을 유도하는 동선이다. ‘푸줏간’쪽 테이블 룸 5개를 제외하면 별도 밀실은 없다. 빅뱅, 투애니원 등 YG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이 흥을 돋우는 ‘원스톱 복합식당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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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복층 공간 ‘SMT 서울’. [사진 김경록 기자]

반면 청담동 도산대로 이면 골목에 위치한 SMT 서울은 첫눈엔 탁 트인 듯해도 볼수록 ‘공간 속 공간’이 나타나는 숨은 구조를 갖고 있다. 전체 5층 높이 빌딩에서 1, 2층은 복층 형태의 카페형 레스토랑 ‘플레이그라운드’로 총 150석 규모다.

`SMT 서울`에선 한식뿐 아니라 각국의 요리를 타파스 형태로 내놓는다. [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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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m 높이의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전 세계 각지의 소스(sauce)병을 훑어보며 2층에 오르면 별도의 룸과 DJ 라운지가 나타난다. 3, 4층은 ‘펜트하우스’ 공간이다. 코리안룸(12인석)·그릴룸(6인석)·동방신기룸(6인석)·일식룸(6인석) 등 특색 있는 별실로 구성됐다. 사전예약제인 데다 연결 엘리베이터도 직원 도움 없이는 이용이 불가능한 프라이빗 공간이다. 1·2층에선 점심엔 가성비 좋은 반상차림을, 저녁엔 40여 가지 한·중·일·양식을 일품요리 형태로 즐길 수 있다. 반면 5층의 야외 가든을 포함해 3층 이상에선 다이닝 코스 위주다.두 레스토랑의 콘셉트 차이는 각각의 출발점과 연관된다. ‘리퍼블리크’ 자체는 외식업계 전문가 노희영 고문의 작품이지만 모태가 된 것은 홍대 YG 문화다. 술과 고기로 회식을 즐기는 ‘삼거리포차’에서 ‘삼거리푸줏간’, 양 대표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홍대 힙합클럽 엔비(nb)에서 ‘K-PUB’의 힌트를 얻은 식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YG답게 즐겁게 소개하자”는 모토 아래 코리안 바비큐와 힙한 펍 문화를 결합시켰다. 상권별 지점이 조금씩 다른데 명동 쪽이 보다 YG스럽다. 특히 2층 펍엔 요란스러운 그라피티와 공연 소품들을 비치해 클럽에 온 듯한 느낌이다.

YG-SM 외식업도 개성 승부

이에 반해 SMT 서울은 외식사업을 위해 출범시킨 자회사 SM F&B가 전체 콘셉트를 잡고 빌딩 매입과 리모델링, 메뉴 구성까지 일관되게 주도했다. 이들이 표방하는 것은 ‘서울 스타일 타파스’ 레스토랑이다. 스페인의 전채요리인 타파스 형태로 돼지목살보쌈·부대찌개 등 전통 한식은 물론 탕수육 같은 중화요리도 소량으로 즐길 수 있다.

외국인 방문객 비율이 30% 정도로 높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SM 측에 따르면 인근에 위치한 본사 사옥 지하의 ‘썸 마켓(SUM Market)’과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SM타운’에서 SM 관련 상품들을 쇼핑하고 식사하러 넘어오는 한류 팬들이 상당하다고 한다.

SM F&B와 YG 푸즈의 ‘개성 대결’은 해외에서 2라운드로 이어진다. YG는 오는 10월 태국 방콕의 쇼핑몰 ‘쇼(Show) DC’에 ‘리퍼블리크’의 현지화 버전을 오픈한다. 연내 미국 LA에서도 오픈을 계획 중이다. SM 역시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SMT LA’와 ‘SMT 도쿄’를 연내 연다는 계획이다. 음악·패션·외식산업으로 전선을 확장해 가는 두 엔터공화국의 ‘스타워즈’다.

[S BOX] ‘YG 비어’ ‘SMT 막걸리’…소맥도 잔으로 팔아

음식에 술이 빠질 수 없다. ‘YG 리퍼블리크’과 ‘SMT 서울’은 각기 특색 있는 주류를 개발해 자사 이름을 붙여 판다. 리퍼블리크의 ‘K-PUB’에선 ‘YG 비어’ ‘K 비어’라는 이름의 크래프트비어(수제맥주)를 만날 수 있다. 국내 1세대 크래프트비어인 브루어리 인 카브루(Kabrew)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전자는 맥주 종류상 IPA(India pale ale)이고 후자는 필스너(pilsener)다. YG 측은 앞으로도 창의적인 국산 브루어리를 계속 발굴·소개할 계획이다.

SMT 서울에선 한정판 와인과 막걸리를 만날 수 있다. SM 측이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와 손잡고 제조한 ‘이모스(Emos)’와 포천 일동 쪽 양조장과 제휴한 ‘SMT 막걸리’다. SMT 막걸리는 화이트·블랙 두 가지 종류인데 각각 백미·흑미로 만들었다. 영어로는 ‘Mark Girl Lee’로 표기했다.

두 레스토랑 공히 소맥(소주+맥주)을 잔으로 판다. 영어 표기(Somac)도 같다. SMT 서울에선 ‘처음처럼’과 ‘카스’를 섞고 여기에 에일맥주를 첨가해 특유의 풍미를 만들어낸다. 200mL 잔에 4000원. 리퍼블리크 명동점 K-PUB에선 소주와 라거 계열과 섞은 것을 ‘골드소맥’으로, 흑맥주와 섞은 걸 ‘블랙소맥’이라는 이름으로 판다. 여의도점에선 구분 없이 소맥만 있는데 380mL잔이 7000원이다.

글=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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