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반대’ 문구 끝까지 고집…안보리, 북 미사일 규탄 성명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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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규탄 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를 빌미 삼은 중국의 ‘몽니’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 내부선 “대북제재 중단” 경고도

유엔 안보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주도로 당일 오전 북한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떨어뜨린 노동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 성명 채택을 추진했다. 미국이 배포한 북한 규탄 성명 초안은 과거 채택된 성명과 대동소이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동의하지 않아 안보리는 이날 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안보리의 성명 채택에는 15개 이사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중국은 8일 사드 배치 반대 문구를 성명에 넣자는 수정 제안을 들고 나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모든 당사국이 도발이나 긴장을 높이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 북한 도발을 이유로 한반도에 새로운 탄도 요격 미사일 기지를 배치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국 등이 거부했고 안보리의 언론 성명 채택은 결국 불발됐다.

중국이 이처럼 사드를 이유로 대북제재에 몽니를 부리고 나옴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 개발 봉쇄에 관한 한 안보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식물 안보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적 방어 조치를 문제 삼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안보리가 단합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견제 조치가 유엔 안보리를 통해 당분간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며 “중국은 북한 5차 핵실험을 저지하고 제지하는 국면에서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10일 대만 왕보(旺報)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엄중한 악영향을 끼치고 동북아 정세를 격화시켜 군비 경쟁을 재차 유발할 수 있다”며 “중국은 전략적으로 대북제재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중국은 또 다른 당사국인 러시아와 준(準)군사동맹 수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환구시보는 “청와대가 본말을 전도하고 있다”며 5개 면에 걸쳐 사드 한국 배치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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