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친박 패권 퇴장을” 이정현 “속 뒤집어놓고 화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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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차기 당 대표 후보 4명이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충돌했다. 두 차례에 걸친 단일화 과정 끝에 지난 5일 비박계 최종 후보로 결정된 주호영 후보는 탈락한 정병국·김용태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섰다. 주 후보는 “친박 패권주의에 대한 퇴장 명령을 내려달라”며 “혁신 단일 후보 주호영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탈락한 두 의원도 “친박 패권주의 청산 없이는 어떤 혁신도 공염불이다”(정병국), “친박 후보가 되면 당이 청와대 출장소가 아니라 부속실이 되는 것”(김용태)이라고 주장했다. 3인이 회견 도중 네 차례 ‘친박패권’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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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8·9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7일 전국 252개 투표소에서 당원 선거인단이 투표했다. 당 대표 후보들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15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제일 먼저 오전 10시 30분에 기자회견을 한 주호영 후보(왼쪽)가 다음 차례의 이정현 후보와 만나 인사를 나누다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주 후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에 대한 루머가 돌고 있다는 폭로도 했다. 그는 “나를 비롯한 대구·경북 의원들이 야당 법안인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는 글이 돌고 있는데, 악의적인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선 후보 4인 막판 난타전
이주영 “계파 오더정치로 당 쪼개”
주호영·이정현 측 지지문자 공개
한선교도 “양 계파 잡상인 빠져라”
선거인단 33만여 명 어제 투표
대의원 9135명은 당일 현장 투표

이어 친박계 이정현 후보가 등장했다. 그는 “나는 (가수 인순이의 노래) ‘거위의 꿈’에 나오는 거위와 같은 처지”라며 “제가 당선되면 무(無)수저 첫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면바지에 점퍼를 입고 밀짚모자를 쓰고 전국 70여 개 시·군·구를 다녔다”며 “제가 시대 변화를 가장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에 당심과 민심 여론조사에서 1위를 계속 유지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파 청산을 얘기하면서 상대방 오장육부를 다 뒤집어놓고 나중에 화합하자는 말은 맞지 않다”며 다른 유력 후보들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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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후보가 그 뒤를 이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셋째로 회견에 나선 이주영 후보는 “분열과 패권 망령이 되살아나 당을 쪼개려 한다”며 ‘오더(투표 지시) 투표’를 폭로했다. 그는 “총선을 망친 책임자들이 말 잘 듣는 허수아비 당 대표를 만들자고 전화나 문자로 오더를 내린다”고 주장했다. 캠프 관계자는 “친박계 일각에서 이정현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주 후보도 동시에 오더 투표 대상자로 지목했다. 그는 ‘오더 문자’를 내린 후보들로 “이정현·주호영 후보 측 모두가 그렇다”며 “오더는 이유도 없고 명분도 없고, 오로지 비박 단일화 때문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실제 각각 이정현·주호영 후보를 지지하는 시당위원장과 경기도의회 의원이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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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후보. [사진 조문규 기자]

오더 문자와 관련해 주 후보는 “당 선거관리 규정에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후보를 직접 지지하는 행위는 금하고 있는데 그 이외의 분이 하는 건 당 선관위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선교 후보는 “어제와 그제 특정 계파가 대량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비박계가) 단일화하면 밀어주겠다고 예고(김무성 전 대표)한 것은 불법”이라면서 “양 계파의 뒤에서 조종하는 분들은 이제 손을 떼달라, 잡상인들은 (경선에서) 빠져달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투표는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여론조사 30%를 합산한다. 이날 전국 252개 구·시·군 투표소에서 선거인단 34만7506명 가운데 대의원 9135명(9일 현장 투표)을 제외한 33만여 명을 대상으로 투표가 실시됐다. 이날 투표율은 20.7%로 경북(31.6%)이 가장 높았다.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7~8일 진행된다.

글=박유미·채윤경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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