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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야당 의원 방중을 1면 톱으로 보도한 환구시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사드 배치를 반대해 온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8일 방중한다는 사실을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야당 의원 몇 명이 개인 자격으로 중국을 찾아 정책 결정권이 없는 민간 학자들과 대화하는 걸 대단한 뉴스인 양 키워 보도한 것이다. 한국 내 사드 반대 여론을 최대한 부풀려 사드 배치를 철회시켜 보려는 중국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과잉 반응은 한국의 반발을 불러 상황을 더욱 꼬이게만 할 뿐임을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들은 알아야 한다.

 중국의 사드 우려에는 이해할 대목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드는 남한 동남부에 배치돼 북한 지역을 감시할 방어용 무기다. 또 사드 배치의 근본 원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다. 이 위협만 해소되면 사드를 배치할 이유도 사라진다. 그렇다면 연일 국내 반대여론을 부추기며 남남갈등 유도에 골몰할 게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에 힘을 집중하는 게 중국이 취해야 할 합리적 선택이다.

  더민주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도 절실하다. 한·중 갈등을 걱정해 해법을 찾겠다는 뜻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 배치에 십자포화를 퍼붓는 마당에 초선 야당 의원들이 베이징을 찾는다면 환구시보 보도에서도 확인됐듯이 중국 당국의 입맛에 맞게 이용만 당하게 될 게 분명하다. 의원들은 사드 반대파인 자신들의 방중이 중국의 적극적인 북핵 저지를 끌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주 의원들의 방중 일정이 공개된 뒤에도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감싸기 바빴다.

  더민주는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이 중국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거부하고 있는 점을 곱씹어 봐야 한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안보 문제다. 문제점이 있더라도 나라 안에서 여당과 논의해 고쳐가는 게 수권정당의 자세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도 “대안도 없이 사드를 반대하면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당론 결정을 유보해 왔지 않는가. 이런 마당에 우리 외교입지를 좁히고 중국에 힘을 실어줄 의원들의 방중은 자제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