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세례에 탈취 위협까지…리우 올림픽 성화 '뜻밖의 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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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 중 불씨를 옮겨 붙이는 모습. [사진 올림픽 공식홈페이지]

전 세계를 돌아 브라질 리우에 입성한 올림픽 성화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의 환호보다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간신히 레이스를 이어가는 중이다.

조금 과장하면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성화 봉송 여정 내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요트에 실려 리우 항구에 도착한 성화는 수백명의 시위대와 맞닥뜨렸다.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현지 시민들이었다.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가스, 후추 스프레이, 고무총 등을 사용하면서 과잉진압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 성화 때문에 개최지 시민들이 공포에 떠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리우 올림픽 성화는 지난 5월 브라질에 도착했다. 3개월 동안 2만km를 달리면서 우여곡절을 겼었다.

6월 26일 브라질 중부 마라카주에서 27세 남성이 성화에 물 양동이를 던졌다. 다행히도 성화를 '소화'하는데는 실패했지만, 3일 뒤 남부 카스카베우에서 성화 봉송자가 소화기 세례를 받았다.

지난달 17일 남부 조인빌리에서도 검은 조끼를 입은 30대 남성이 성화를 향해 분말 소화기를 뿌렸다. 같은 달 25일엔 40km 성화 봉송 행사 도중 성화를 탈취하려고 달려들던 남성이 즉각 체포됐다.

27일에는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가 앙그라두스헤이스를 지나던 성화가 시위대의 습격을 받아 불씨가 꺼질 뻔 했다.

지난 2일 저녁 리우 인근의 항구 도시 니테로이에서 교사와 학생 200여명이 모여 올림픽 반대 시위를 벌이자 성화 봉송 경로가 변경되기도 했다.

개막식이 하루 남았지만 성화에 남은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개막일에도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 대행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정돼 있다. 시위 일정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당국은 최소 1만 50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경찰은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마라카낭 주경기장 주변 도로를 차단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4월 21일 그리스 아테네를 출발한 리우 올림픽 성화는 328개 도시, 1만 2000여명의 봉송 주자를 거쳐 5일 마라카낭 스타디움에 등장한다. 성화 점화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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