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4명 목숨 구한 ‘부창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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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샛별(왼쪽) 소방사와 박성원 소방교는 지난해 7월 동료로 만나 올 4월 결혼했다. [사진 정샛별]

응급환자 4명의 목숨을 구한 부부 소방공무원이 나란히 ‘하트 세이버(Heart Saver)’로 선정됐다.

하트 세이버’ 선정된 소방관 부부
119안전센터 구급대원으로 근무
“아빠 살려달라” 울던 아이 기억 생생

충북 청주서부소방서에 근무하는 박성원(29) 소방교와 정샛별(30·여) 소방사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1일 충북도가 개최한 2016년 상반기 하트 세이버 수여식에서 하트 세이버 인증서와 배지를 받았다. 하트 세이버는 ‘심장을 구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심장 박동이 멈춘 응급환자를 심폐소생술 등으로 살려낸 구급대원과 경찰, 시민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청주서부소방서 사직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인 정 소방사는 올해 들어 심정지 환자 3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는 지난 1월 7일 청주시 서원구의 한 교회에 쓰러져 있던 60대 남성을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를 활용해 살렸다. 열흘 뒤엔 의식과 호흡이 없는 30대 남성을 구했다. 정 소방사는 3일 “당시 7살짜리 아이가 제 팔을 붙잡고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하며 울던 기억이 난다”며 “가족과 인사할 시간도 없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은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일에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모텔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30대 남성을 구했다. 정 소방사는 서울 고려대병원에서 간호사로 6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1월 소방관에 임용됐다. 소방관인 친오빠(32)가 구조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한다.

남편인 박 소방교는 청주서부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한다. 지난 4월 13일 흥덕구의 한 주택에서 목에 떡이 걸려 정신을 잃은 70대 여성의 목숨을 구했다. 막힌 기도를 하임리히요법(복부를 눌러 기도에 걸린 이물질을 빼내는 방법)으로 개방한 뒤 심폐소생술로 호흡을 돌아오게 했다. 박 소방교는 2010년 8월에 임용돼 7년째 화재·구급현장을 누비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동료 구급대원으로 만나 교제를 하다 지난 4월 결혼했다. 정 소방사는 현재 임신 3개월째다. 아기의 태명은 ‘도담이’로 지었다.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습을 뜻하는 ‘도담도담’에서 따왔다고 한다. 정 소방사는 “현장에 출동할 땐 뱃속의 아기가 놀랄까봐 ‘아픈 사람 살리러 나가는 거야. 걱정하지 말고 도담이도 잘 견뎌줘’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박 소방교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아이와 함께 셋이서 뜻 깊은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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