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또 난수방송…같은 시각 같은 내용,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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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파 공작원 지령용 난수(亂數)방송을 29일 또 다시 내보냈다. 올해 정부가 파악한 것만 세 번째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이런 구태의연한 행태를 빨리 지양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는 입장을 냈다.

북한 평양방송은 29일 정규 보도를 마친 0시45분(한국시각 오전 1시15분)부터 12분간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수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라며 “459페이지 35번, 913페이지 55번, 135페이지 86번…”과 같은 식으로 다섯 자리 숫자를 읽었다. 이는 평양방송이 지난 15일 내보낸 난수방송과 똑같은 내용이다. 방송 시각도 같았다.

난수방송 직전에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라는 제목의 경음악을 튼 것도 같은 패턴이다. 이 곡은 북한이 6ㆍ25 당시 공작원들의 활동을 소재로 1970년대에 만든 영화인 ‘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다. <본지 7월29일자 14면> 북한이 이 곡을 난수방송 직전에 내보낸 것은 남파 공작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난수 방송을 중단했다가 16년만에 재개했다. 지난달 24일 평양방송을 통해 처음 내보낸 난수방송은 형식은 비슷했으나 지난 15일과 29일에 비해 시간이 짧았다. 통일부가 파악한 것은 이 세 차례이지만, 미처 파악하지 못한 난수방송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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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의 난수방송 재개와 관련해 남파 공작원의 테러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여러 가지 유사 상황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난수방송은 대남 심리전의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북 정보에 밝은 소식통은 “난수방송을 같은 내용으로 반복한 것은 남파 공작원을 훈련시키면서 남측 사회를 위축시키려는 심리전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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