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빛내리 교수, RNA꼬리서열 분석법 개발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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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내리 교수

암ㆍ고혈압ㆍ당뇨…. 대부분의 질병은 몸을 이루는 단백질 이상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 암은 단백질로 이뤄진 특정세포가 무한증식하면서 생겨나는 병이다. 그 단백질은 RNA에서, RNA는 DNA(유전자)에서 만들어진다. 엄마와 아빠의 DNA를 받은 뱃속의 아이가 성장해 가는 원리다. 따라서 DNA와 RNA를 분석하면 병의 원인을 알고 예방할 수도 있다.

DNA를 분석해 발병 위험인자를 찾아내는 기술은 이미 상당히 발전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2013년 아무 탈 없는 자신의 유방을 제거한 것도 DNA 검사의 결과였다. 하지만 모든 질병을 DNA로만 들여다 볼 수는 없다. RNA까지 분석할 수 있다면 질병의 원인을 좀 더 잘 캐낼 수 있다.

한국인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가 또 하나의 성과를 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RNA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 교수와 연구팀은 2014년 자체 개발한 ‘꼬리서열 분석법’을 개선해, ‘전령RNA 꼬리서열 분석법’을 새로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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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령RNA는 DNA 유전 정보를 단백질에게 전달하는 RNA의 일종이다. 특히 전령RNA의 꼬리 길이는 DNA가 단백질로 전환되는데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다. 그간은 전령 RNA의 꼬리 활동을 보다 잘 볼 수 있는 세포 시료 확보가 쉽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교수팀은 시료 속에서 꼬리를 가진 전령RNA 만을 모아주는 새로운 기법을 활용해 분석 효율을 1000배나 높일 수 있었다.

RNA연구단 이미혜 연구원은“DNA는 물론 RNA 분석은 결국 생물의 몸에 대한 이해”라며 “연구가 더욱 발전하면 특정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도 있을 것”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발생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진스&디벨롭먼트』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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