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 페달’대학생 4명, 루게릭병원 건립 1100만원 모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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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요양병원 건립 모금을 위한 자전거 국토 종주를 마친 4명의 청년들. 왼쪽부터 박한근, 김민우, 김지연, 한병선씨. 이들은 루게릭병 환우의 이름을 새긴 깃발을 자전거에 달고 850㎞를 달렸다. [사진 김춘식 기자]

27일 오후 3시, 자전거를 탄 4명의 청년들이 빗길을 뚫고 서울 숭례문 앞에 도착했다. 지난 20일 부산에서 출발해 동해안을 거쳐 서울까지 850㎞를 달리면서 얼굴은 새까맣게 탔고, 몸은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김민우·한병선·박한근·김지연씨
8일간 부산~동해안~서울 달려

이들이 자전거 국토 종주에 도전한 건 루게릭병(근육위축가쪽경화증) 환우를 치료하는 전문병원 건립기금을 모으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동국대 체육학과 석사과정인 김민우(27)·한병선(26)씨와 동국대 체육교육과 박한근(20), 목포해양대 김지연(20)씨 등 4명이 의기투합했다. 한씨는 “축구선수를 꿈꾸다가 3번의 수술을 받으며 선수생명이 끊어지고 자포자기했을 때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농구선수 박승일씨의 사연을 듣고 다시 힘을 얻었다”며 “나 역시 그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 운동으로 인연을 맺은 선후배들과 함께 도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도로 위를 달리다 보니 고비도 많았다. 한씨는 “수술 후유증으로 근력이 다 빠져서 완주가 쉽지 않았다”며 “힘들 땐 발이 안 굴러가서 손으로 다리를 눌러가면서 달렸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 루게릭병 환우의 이름을 새긴 깃발을 각자의 자전거에 달아가며 완주를 포기하지 않았다. 김민우씨는 “움직이는 게 소원이라던 루게릭병 환우를 대신해 달린다는 마음으로 수많은 언덕을 넘었다”며 “박승일 선수도 ‘다치지 말라’는 글을 눈으로 힘겹게 써주면서 응원해줬다”고 했다.

이들은 최대한 많은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주변 지인들을 설득해 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기부를 받는 한편, SNS를 활용한 크라우드펀딩으로 130만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종주 중에도 매일 밤마다 아프리카TV 등 개인방송을 이용해 프로젝트의 취지를 알리고 수익금을 모았다. 그 결과 지금까지 목표치를 훌쩍 넘긴 1100여만원을 모금했다.

이들은 9월 말까지 추가로 모금을 한 뒤 전액을 승일희망재단의 루게릭요양병원 건립기금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민우씨는 “앞으로는 자전거로 미국 횡단을 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도전을 통해 기부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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