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뭉게구름이 양떼구름으로 쪼개질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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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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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1국> ●·커제 9단 ○·스웨 9단

4보(41~60)=41에 직접 42로 타이트하게 붙이면 43 이하 52까지 패의 공방은 필연의 결과다. 좌변 2선으로 붙여간 53을 외면하고 몰아간 54는 어떤가. 56으로 속 시원하게 빵, 빵 따내 가슴은 후련하지만 막상 집으로는 별 득이 없고 55, 57로 건넌 뒤 59로 백 1점을 잡고 크게 사는 형태가 돼서는 백의 실패다. 백A가 선수라면 좌변을 두텁게 봉쇄할 수 있어 그나마 나은데 그게 안 된다. 백A 때 손을 돌려 흑B로 지켜버리면 집으로 대차, 이기기 어려운 승부가 되므로 그냥 우상귀 60으로 날아가지만 심기가 편할 리는 없겠다.

53 때 ‘참고도’ 백1 이하 11까지(6…▲) 버티는 건 좋을 게 없다. 12까지 된 다음 흑a로 끊는 흠집이 남고 흑b의 연결도 있어 실전보다 부실한 결과.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올랐던 좌변 백 세력이 양떼구름처럼 쪼개지고 흩어진다. 좌상귀를 지켰으나 애초 그렸던 방대한 제국의 밑그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좌하 방면은 어느 쪽이 엷은지 알 수 없는 형태가 됐으니 검토실에서 때 이르게 ‘흑 우세’란 말이 흘러나온 것도 이상하지 않다. 좌변 접전에서 만족스러운 전과를 올린 커제는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표정인데…. 56…42.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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