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피카츄’‘피카추’ 어느 것으로 적어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포켓몬 고(GO)’의 열풍으로 본격 휴가철이 되기도 전에 동해안에는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추억의 캐릭터 ‘피카추’를 잡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글을 보면 ‘피카츄’ ‘피카추’로 표기가 제각각이다. 어떻게 적어야 할까.

외래어 표기법은 ‘ㅈ, ㅊ’ 다음에서는 이중모음인 ‘ㅑ, ㅕ, ㅛ, ㅠ’를 단모음인 ‘ㅏ, ㅓ, ㅗ, ㅜ’로 적는다고 규정해 놓았다. 따라서 ‘쟈, 져, 죠, 쥬’와 ‘챠, 쳐, 쵸, 츄’는 ‘자, 저, 조, 주’ ‘차, 처, 초, 추’로 적어야 한다.

우리말에서는 입천장소리(구개음)인 ‘ㅈ, ㅊ’ 다음에선 ‘ㅏ/ㅑ, ㅓ/ㅕ, ㅗ/ㅛ, ㅜ/ㅠ’ 등의 발음이 구분되지 않는다. 즉 ‘츄’는 ‘추’로 발음된다. 이런 이치 때문에 우리말에선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라는 글자가 없다.

예외적으로 준말인 경우(했지요→했죠)에만 이들 글자가 쓰인다. 따라서 외래어를 표기할 때 우리말에 없는 글자를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외래어 표기를 위해 우리말 체계를 허물어뜨릴 수는 없다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정신이다.

‘피카츄(Pikachu, ピカチュウ)’ 역시 이러한 표기법을 따르면 ‘피카추’가 된다. 물론 만화영화(애니메이션)에서는 ‘피카츄’로 표기했지만 이는 외래어 표기법을 벗어난 것이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피카추’로 적는다고 의결했다. ‘피카츄’를 고유명사가 아니라 하나의 외래어라고 판단한 결과다. 심의위원회의 결정 사항은 언론은 물론 교과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혹 불만이 있더라도 ‘피카추’로 적으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