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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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시사 주간지들이 새해 벽두부터 건강 문제로 요란을 떨고 있다.
타임은 「슬리밍 다운」(날씬해지기)을 커버 스토리로 취급하고 「다이어팅-감량 게임」이란 특집 기사를 싣고 있다.
유 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미국의 다이어트 전쟁」이라는 끔찍한 표제를 붙여서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있다.
『건강과 날씬한 몸매, 그리고 장수에 대한 미국인의 추구는 이 나라를 영양의 싸움터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 그 기사의 첫 머리다. 미국은 3천4백만 국민이 비만 판정을 받은 나라다. 다이어트에 대한 신구 이론이 각축을 벌이고 의사·소비자·정치인·식품업자가 한데 엉켜서 소란일 밖에 없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의약학의 언저리에 맴돌던 영양 이론이 이제는 연구의 주류가 되고 있다.
그 결과 식품과 건강 관리 산업은 통틀어 1년에 4천억 달러 이상의 매상고를 올리고 있다는 보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건강 보장의 지침이라 할 만한 정설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행정부에서도 학술원과 농무성이 다투고, 영양 학자들 중에서도 보수주의자와 행동주의자가 다투고 있다. 소위 영양적 행동주의자는 미국인의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소동에서 어떤 식품은 약이 되고, 어떤 식품은 독이 된다는 식의 생각이 보편화되기도 한다. 지금은 생선·굴·브로컬리·홍당무가 「좋은 식품」이 되고 있다.
하지만 듀크대의 「헨리·카민」은 『미국인의 병은 영양 우울증』이라고까지 지적한다. 좋고 나쁜 것이란 오직 일시적 평가이기 때문이다. 실제 1943년이래 정기적으로 지침을 발표했던 권위 있는 학술원까지도 85년에는 비타민과 기타 영양소의 섭취 허용량에 대해 언급을 못하고 있다.
실험 결과들은 개인의 유전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어떤 사람에게 약인 것이 다른 사람에겐 독』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나왔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든 음식을 피하라고 경고한 것은 미국 심장 학회였다. 1주일에 2개 이상의 달걀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84년에 NIH(국립 건강 연구소)의 전문가들도 그 점을 재확인했었다.
새로운 실험들은 개인에 따라서는 고 콜레스테롤 음식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생선이나 올리브유가 심장병과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심지어 하루에 달걀을 6개씩 먹어도 콜레스테롤 수준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결과도 나왔다.
소금과 고혈압의 관계도 미심쩍은 것이 되었다. 고혈압 기운을 가진 6천만명중 3분의1만이 소금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건강에도 상식이 무시될 수가 없다. 다양한 음식 섭취로 영양을 취하고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 유일한 충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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