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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개혁 역행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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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내년부터 55%로 조정키로 한 것은 연금개혁에 역행하는 처사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가입 기간의 소득 평균에 대비한 연금 수령액을 말한다.

우리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너무 높고 보험료율은 직장가입자가 9%, 지역가입자가 7%로 지나치게 낮다. 그래서 2047년이면 연금 재원이 고갈돼 후세대에게 불이익을 안겨주는 구조로 돼 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 산하에 국민연금발전위원회가 설치돼, 여기서 3개 개혁안을 만들었고, 이 중 2004년부터 소득대체율을 현행 60%에서 50%로 낮추고 보험료를 2010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15.85%로 올리는 안을 최선 안으로 최근 제시한 바 있다.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아 고갈시기를 2070년으로 늦추자는 방안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소득대체율을 55%로 낮춘 뒤 2010년에 50%로 더 낮추기로 한 당정안대로라면 연금 고갈시기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당정안은 현재 가입자에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때문에 미래 정부와 후손이 떠안아야할 부담과 고통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혁안을 이처럼 후퇴시킨 당정의 결정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민심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정치논리가 연금개혁을 훼손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에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구성돼 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고, 복지부가 55%로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는 98년 60%로 개악한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국민연금이 다시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연금 수급액이 줄어드는 데서 오는 가입자의 일시적 반발이 두려워 이런 식으로 제도개혁을 뒤틀리게 한다면 국민연금이 머지않아 또다시 수술대에 오르는 것은 필연적이다. 정치권과 정책 당국은 당장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연금재원이 고갈되는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바른 개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