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주 반등…사드 악재 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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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K뷰티’ 열풍이 미사일 역풍에 무너질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구축이 결정되면서 그간 상승가도를 달리던 화장품주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이 공식 발표된 지난 8일 화장품 업종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조9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한때 황제주로 불렸던 아모레퍼시픽 시가총액 1조1399억원어치가 사라졌고 LG생활건강(-8278억원), 한국콜마(-1161억원) 등도 타격을 입었다. 대중국 관계가 악화돼 ‘K뷰티’ 인기에 힘입은 화장품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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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하락세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화장품주 대표 종목들이 이틀 만에 반등에 나섰기 때문이다. 13일 국방부는 사드 부지를 경북 성주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이날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오히려 전날보다 2500원(0.59%) 오른 42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오후 한때 42만2500원까지 내려갔지만 곧 다시 반등했다. 같은 날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주회사인 아모레G(15만9000원), 한국콜마(10만1500원), 코스맥스(16만4500원)도 모두 1000~2000원씩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 화장품 인기 식지 않을 것”
중국 수입규제 움직임 없어
아모레퍼시픽·한국콜마 등 상승

전문가들은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대외 위협요소에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제 정세와 그에 따른 규제 자체보다는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이슈가 반한 감정 등 국민감정 악화로 확대되지 않는 한 한류 열풍과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중국 정부가 화장품 보따리상을 규제하자 중국인들은 해외직구를 통해 한국 화장품을 사들였다. 양 연구원은 “올 4월에는 중국 정부가 해외직구 정책을 바꾸려고 시도했지만 유통업자들의 반발로 변경이 1년간 유예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중국인 소비에 힘입어 지난 3년간 연간 수출액이 연평균 42%씩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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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무역 제재 방안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막연한 주가 하락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서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화장품무역 관련 제재를 한다면 충분한 명분을 가진 규제를 할 것”이라면서 “화장품 밀수에 대한 규제 강화, 위생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들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 신규 화장품 위생허가 요건 강화 등이 있을 수 있는데 대형 화장품주들은 이런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분석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매출 대부분을 정식 루트를 통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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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한국콜마·연우 등 타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들 상황도 나쁘지 않다. 서 연구원은 “현재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중국 내에서 납품하는 현지 법인 매출 비중이 2016년 기준 각각 38%, 10% 수준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로컬 ODM 시장은 이제 태동 단계로 2020년까지 연평균 약 20%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아직은 관련 뉴스를 주시할 때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국 관광 제재 등 강경책이 나오거나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질 경우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어서다. 매출 부진으로 기업 실적이 하락하면 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늘 유의해야 한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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