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 김치맛에 반했다|식품가게 소비자들 줄이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요즘 동경의 번화가 뿐만 아니라 변두리 곳곳의 식당에서 한국불고기에 김치를 곁들여 먹는 풍경을 볼수 있다.
김치를 한 입에 넣고는 매워 쩔쩔매면서도 『맛있다』를 연발하는 일본인들을 얼마든지 볼수 있다.
백화점이나 슈퍼마킷, 시장의 식료품코너 어디를 가나 김치를 파는 곳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김치도 이제, 낯익은 식품이 되었다. 최근에는 김치와 불고기 등 한국전통요리를 소개하는 책이 12종류나 나왔으며 요리관계 전문 잡지들이 연말 및 새해 특집으로 김치담그는 법을 다루고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를 반영이나 하듯 도오꾜나 오오사까의 한국요리학원에서는 일본주부들의 수강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관광회사들의 「한국김치 투어(여행) 」 프로그램도 등장한지 오래다.
김치에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담백한 일본김치(오싱꼬)보다 김치맛이 다양하고 영양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도오꾜 시부야(삽곡) 구에서 요리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조중옥씨 (63)는 각국 요리 가운데 김치 등 한국요리가 일본인 구미에 맞으며 맛이「매력적」인데다 서양·중국요리처럼 살찌게 하는 성분이 없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실명했다.
김치에 대한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선입감은 몹시 맵다는 것. 그러나 이는 일본토종의 고추를 사용한 김치맛을 본 때문이다. 일본고추는 한국고추보다 훨씬 매운데다 맛도 덜하다. 한국김치에 단단히 맛을 들인 일부 일본주부들은 전통적인 한국김치 맛을 내기위해 우에노 (상야)쪽에 있는 한국상점에서 수입고추(한국산)를 사들이고 있다. 김치 담그는데 제일 어려운 점은 너무 번잡스럽다는것.
4인 가족이 15일정도 먹을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는 무게가 1Kg이나 되는 배추를 4포기나 마련하고 여기에 새우젓·무우·고추·마늘 등을 준비하면 약 1만엔(약4만5천원) 정도가 들어간다. 값도 비싸거니와 요리강습을 받지 않고 김치를 담그기란 엄두가 나지않을 정도로 엄청난 일거리로 여기고 있어 슈퍼마킷에서 1포기씩 사다 먹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다.
지난 5월부터 김치 담그는 법을 익히기 시작한 「하라·마야」씨(동경성성중학교가정과교사)는 요즘 한국산고추를 사다가 양념을 만들고 배추를 버무리는 극성파의 한사람이다. 하루도 김치없이는 식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단단히 김치맛을 들였다.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자고 갈 때도 어김없이 김치통을 따로 가지고 가 동료교사들과 나누어 먹게 되었으며 김치의 영양학적 가치에 일가견을 펼수 있게 되었다. 「하라」씨는 요리실습시간에 학생들에게 틈틈이 한국요리도 가르쳐주고 있다.
강연숙씨(49·동경 한국요리교실 원장)는 『최근 김치 등 한국요리 전반에 걸쳐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며 손님접대에도 품위있는 요리로 치고 있고 김치도 종류가 다양하며 맛이 깊어 한번 맛본 사람은 그 요리법을 물어오곤 한다. 특히 한국을 한번 다녀온 사람들은 여유가 생기면 꼭 학원 문을 두드린다』고 전해준다. 【동경 최철주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