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도 없는데…오산, 사드 마음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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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 공군(K-55)기지의 이름이 ‘평택 에어베이스(Pyeongtaek Air Base)’가 아닌 ‘오산 에어베이스(Osan Air Base)’로 60년 가까이 잘못 쓰이면서 계속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미군 부대가 전혀 없는 오산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돼 상당수 시민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발생한 주한미군의 탄저균 오배송 사건 당시에도 있지도 않은 오산의 미군기지로 탄저균이 반입된 것으로 잘못 인식됐다.

6·25 때 오산비행장 쓴 미군들
평택 기지를 오산으로 계속 불러

11일 오산시와 오산향토문화연구소 등에 따르면 ‘오산 미 공군기지’라는 오해가 빚어진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1년 오산시 오산천 인근에 임시 오산비행장이 건설됐다. 당시 박흥식 화신백화점 사장이 건설해 조선총독부에 헌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전술 비행장으로 쓰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은 오산비행장을 전술 비행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군은 활주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오산비행장 대신 52년 12월 현 K-55가 주둔하고 있는 평택 송탄 지역에 2.7㎞의 활주로를 새로 건설하고 비행장을 이곳으로 이전했다. 평택 송탄에 건설한 비행장은 6·25전쟁 휴전 이후인 56년 9월부터 ‘K-55 오산 에어베이스’라는 정식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칭 오류가 계속되고 있다.

오산향토문화연구소 남경식 상임위원은 “미군은 공군기지 명칭을 정할 당시 군사지도상에 오산이 유일한 지역명으로 표시된 데다 발음하기 쉽다는 이유로 오산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오산=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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