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정규직 꿈 돈으로 사고판 한국GM ‘채용 장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국GM 직원들이 협력업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자리가 이젠 사고파는 매물이 돼버린 셈이다. 특히 그 비리의 한복판에 노동조합 간부들이 있다는 사실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그제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한국GM 정규직 직원 A씨 등 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 중 한 명은 전 노조 지부장의 형이고 한 명은 노조 대의원이라고 한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금품을 주고 정규직으로 취업한 혐의(배임증재 등)로 이 회사 생산직 직원 등 4명을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와 올해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채용하는 과정에서 1인당 수천만원씩 받았다. 검찰은 A씨 등이 받은 금품 중 일부를 노조나 회사 윗선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발탁 채용’ 제도다. 한국GM은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 중 일부를 회사와 노조가 협의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간 회사 내부에선 생산직 채용 공고가 날 때마다 “누구 가족이다” “얼마를 줬다”는 등의 비리설이 나돌았다고 한다. 채용 비리가 그만큼 고질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얘기다.

‘정규직 거래’가 악성인 이유는 정규직을 꿈꾸며 성실히 일해 온 비정규직 근로자와 젊은 취업준비생들에게 깊은 좌절을 안겨준 데 있다. 검찰은 각종 물품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 회사 전·현직 임원 2명과 노조 전·현직 간부 3명을 구속한 상태다. 투명 경영에 앞장서야 할 임원과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야 할 노조 간부들이 비정규직·납품업체로부터 돈을 뜯어 왔다는 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검찰은 이번 채용 비리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 나아가 다른 기업들에도 비슷한 일이 없는지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신성한 노동이 돈의 먹이사슬에 의해 부패한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밑동부터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