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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최고권력기관 국무위 신설…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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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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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황병서(앞줄 맨 오른쪽)와 최용해·박봉주는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국무위원으로는 김기남·이만건·김영철·이수용·이용호·박영식·김원홍·최부일 등 8명이 임명됐다. [뉴시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추대됐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국방위원회 대신하는 국가 영도기관
헌법 개정 통해 집권 기반 공고화
"국방위 중심 김정일 흔적 지우기"
부위원장엔 황병서·최용해·박봉주

국무위원회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신설된 국가 기구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무위원회 수장에 오른 것은 김정은이 당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노동당 7차 대회를 통해 기존 노동당 제1비서에서 노동당 위원장으로 직책을 바꿨다. 이어 국무위원장에 오름에 따라 김정은 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진 셈이다.

국무위원회에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 권한까지 부여됐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책임연구위원은 “일단 국무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는 건 쿠바의 ‘국가평의회’처럼 외교권은 물론 경제·사회 분야까지 포괄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최고 지도기관을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이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전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인민군 장병, 인민들의 한결같은 의사를 담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공화국의 최고 수위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모실 것을 정중히 제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만세”를 외치며 동의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국가 직책은 기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서 국무위원장으로 바뀌게 됐다.

자유민주연구원 유동열 원장은 “국무위원회는 기존의 국방위원회를 대신해 신설된 국가 최고영도기관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런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한 것은 국방위 중심의 기존 ‘선군(先軍) 정치’ 대신 ‘선당(先黨) 체제’로의 변화를 의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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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이날 인민복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5월 당 대회 첫날 당 사업총화 보고를 할 때는 양복 차림이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통일전략실장은 “국무위원장이란 직책은 처음 나온 것”이라며 “기존의 ‘국방위 제1위원장’이란 직책은 아무래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아버지 흔적 지우기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황병서·최용해·박봉주가 임명됐다. 당 상무위원은 이들 3명에 김정은과 김영남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김영남은 이번에 새로 구성된 국무위원장단 명단에서 빠졌다. 김영남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만 유지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무위원으로는 김기남·이만건·김영철·이수용·이용호·박영식·김원홍·최부일 등 8명이 선임됐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의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이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가와 정부 기구 개편은 물론 인사·예산·결산 등을 다룬다.

북한은 이날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추대하는 안건 외에 ▶사회주의 헌법 수정 보충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세부과제 수행 ▶공화국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국가기구 승격 ▶조직 문제 등 총 6개 안건을 결정했다.

당 외곽단체인 조평통을 국가기구로 승격한 것은 김정은이 지난 당 대회에서 조국통일 과제와 관련해 제시한 내용을 국가 차원에서 실행에 옮기기 위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김형구·전수진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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