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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글로벌 통화 되기 최종단계 진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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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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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트리코드
HSBC 코리아 행장

국제화 발전과정에서 위안화는 이제 완전 태환이 가능하고, 미 달러처럼 통용되는 ‘일반’ 통화로 정착하기 위한 ‘최종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은 다른 여러 통화에 대한 위안화의 변동량을 비교하는 새로운 지수를 발표하면서 위안화가 더 이상 달러에 고정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5개월 전에는 시장에서 위안화의 수요공급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위안화-달러 고정 환율제도에 대한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0월1일 위안화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된다. SDR에서 위안화보다 비중이 큰 통화는 미 달러와 유로화뿐이며, 이는 위안화가 이미 세계 3대 주요 통화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위안화 국제화에는 두 가지 원동력이 있다. 첫 번째는 중국 당국이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 완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자본 시장을 개방해왔다. 2월에는 중국 당국이 외국은행, 보험사 및 연금 펀드와 같은 중장기 기관투자자들에게 중국 은행간 채권 시장의 개방을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27일엔 중국내 원-위안화 직거래가 시작됐다.

위안화 국제화의 마지막 단계 진입에 두 번째 요소는 중국 경제이다. 그동안 고도 성장해 온 중국 경제는 이제 ‘정상적인’ 속도로 성장해 가고 있으며, 작년에는 6.9% 성장률을 기록했다. 성장세가 다소 둔화 되었으나 이는 여전히 높은 수치이다. 중국이 최근 발표한 13차 5개년 계획은 2020년까지 연 성장률 6.5-7%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인프라 투자를 위한 일대일로 정책, 중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노력과 함께, 글로벌 무역과 투자에서 위안화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다.

이미 중국 무역의 약 26%가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다. 위안화 무역 결제를 위한 제도가 2009년이 되어서야 시작되었음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위안화로 결제되는 무역의 대부분은 중국 본토와 홍콩 간 거래이다. 중국의 다른 교역국들이 중국과의 거래를 위안화로 결제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위안화 국제화의 다음 단계가 시작될 것이다. 역외 시장의 성장은 글로벌 지급 결제에서 일반 투자자를 위한 투자 상품에 이르기까지 위안화 사용을 폭넓게 증진시키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중국과 연관없는 거래에서도 위안화가 사용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위안화는 널리 통용되는 ‘일반’ 통화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지만, 위안화는 이미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통화를 향한 여정의 반 이상을 끝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 위안화 국제화 과정에서 한국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것은 한국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발전하는데 독특하고, 어쩌면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마틴 트리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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