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지친 돈, 증시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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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가 증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언제든 주식에 투입할 수 있는 대기성 자금 규모가 25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예탁금 25조 돌파, 사상 최대 경신
금리 인하 후 하루에 1조 늘기도

안전자산인 예·적금에 고여있던 돈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투자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고객예탁금 잔액은 25조52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26조1809억원으로 종전 최대치인 24조7030억원(2015년 7월 20일)을 1조5000억여원 차이로 갈아치운 뒤 25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돈으로, 주식을 판 뒤 재투자를 위해 찾지 않은 자금도 포함된다.

고객예탁금이 늘어나면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한다. 실제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20일 2247만2920개를 기록했다. 올 초 2144만8089개에 비해 100만 개 가량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낮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고객예탁금은 금리 인하 직후 급증세를 보였다. 고객예탁금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내린 지난 9일 전날보다 1조원 넘게 불었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시장이 되면서 은행 예·적금에서 이탈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채권·부동산 등 투자상품으로 쏠리고 있는데 부동산보다 상대적으로 소액투자가 가능한 주식에 시중 유동자금이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갈 곳 없는 돈은 점점 늘고 있다. 대표적인 단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이 지난 16일 120조4709억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인 126조6242억원(2009년 3월16일)에 근접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머니무브가 증시 활황으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 센터장은 “예탁금 증가는 다른 자산의 낮은 수익성에 대한 반사작용”이라면서 “한국 증시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 머물러 있어 대기 중인 예탁금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지는 별개 문제”라고 설명했다.

명지대 빈기범(경제학) 교수는 “투자대안이 없어 증시로 흘러들어간 자금은 주식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으로 실물경제가 성장해야 투자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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