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인터넷』 마이클 린치 방한 “구글 노잉, 창조적 생각법 잃어버리게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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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인터넷은 인류의 ‘앎’의 방식을 바꿔놨습니다. 너무나 쉽게 원하는 정보와 지식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창조적인 방법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잃어버렸고, 실제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됐지요. 이런 오만은 나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무시하고 배척하는 현상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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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린치 교수는 15일자 신의 휴대폰을 들고 “휴대폰의 모든 기능을 두뇌에 심어 생각의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사진 사회평론]

14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마이클 린치(50) 미국 코네티컷대 철학과 교수는 “더 늦기 전에 인터넷 시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해야한다. 성찰 없는 수용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성예찬』 『하나와 여럿으로서의 진리』 등을 통해 인간 이성과 합리성의 실용적 가치와 철학적 의미를 짚어온 인식론 분야 권위자다. 새 책 『인간 인터넷』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방한한 그는 인터넷을 통한 지식 습득을 ‘구글 노잉(Goole-knowing)’이라고 부르며, 그 위험성을 하나하나 짚었다.

 ‘구글 노잉’의 특징은 무엇인가.
“아주 빠르고 친밀한 방식이어서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결과를 ‘당연히 이게 진짜’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예전엔 ‘보는 게 믿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젠 ‘구글링이 믿는 것’이 됐다. 또 ‘구글 노잉’은 자신의 지식 습득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수동적인 방식이다. 인터넷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앎’의 방식은 복잡한 사고와 성찰이 필요한 기존의 ‘앎’의 방식이 덜 중요하다고 확신시킨다.”
그래서 무엇이 위험한가.
“모든 형태의 디지털 플랫폼이 언론이 되면서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공통된 정보의 원천이 없어졌다. 각자 자기 주장에 맞는 근거를 인터넷에서 찾아내 주장한다. 사실 어떤 미친 주장을 해도, 예를 들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주장을 해도, 인터넷에서는 그 주장에 동의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모두 ‘내가 확실한 팩트를 확보했으니 다른 의견은 들어볼 필요도 없다’고 믿는 극단화 현상이 빚어진다. 너무 많이 알지만 이해는 줄어들었다는 것, 인터넷의 역설이다. 또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큰 걱정이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가 세상을 훨씬 많이 알게됐는데, 거꾸로 세상도 우리에 대해 많이 알게됐다.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자율성과 인간성을 지킬 수 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비판적인 사고와 증거에 기반한 탐색을 가르치는 교육을 강조해야 한다. 또 미디어 플랫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끔은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아야 한다. 나의 경우 열 살 딸과 같은 방에 있을 때는 인터넷 사용을 자제한다.”

린치 교수는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깨닫게 만드는 실험을 하나 제안했다. ▶불가리아의 수도 ▶보트 엔진 유형에 따른 차이 ▶우리 동네 하원의원 전화번호 ▶텍사스주 오스틴 레스토랑 중 가장 좋은 평점을 받은 곳을 인터넷 검색 없이 찾아보라고 했다. 그는 “세계지도를 펼쳐보고, 동네 도서관을 찾아가고,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면서 “이런 옛날 방식의 ‘앎’을 따라가면서 인터넷을 통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착각
다른 의견 배척하는 극단현상 커져
예전엔 보는 것이 믿는 것이었는데
이젠 구글링이 믿는 것이 돼버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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