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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문화마당<1>"어찌하여 디스코·팝송만 판치나…"|우리문화를 찾자. 고교생들의 잔치 「샘물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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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청소년들이 모여 팝송이나 브레이크댄스보다는 우리 민요를 부르고 탈춤을 추자는「우리 청소년문화」의 창조를 선언하고 나섰다.
초가을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8일 하오2시, 젊음의 거리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위치한 흥사단대강당. 무분별한 외래문화의 홍수속에서 「우리문화를 찾자」는 청소년들의 열기가 가득찼다.
창립22주년을 맞는 홍사단 고등학생 아카데미가 기념행사로 벌이는 두번째 고등학생문화잔치「샘물제」의 현장이다. 가운데 둥그런 놀이마당을 중심으로 3백여명의 남녀학생들이 아예 신문지를 깔고 바닥에 편하게 앉았다.
하오2시, 『에야디야』 타령을 시작으로 샘물제의 막이 올랐다.
『어찌하여 우리민요 외면당하고, 어찌하여 외국팝송 판을 치나요. 어찌하여 우리춤은 외면당하고 어찌하여 디스코만 판을 치나요. 어찌하여 우리말은 외면당하고 어찌하여 외국어가 판을 치나요. 에야디야 에야디야 해뜨는 나라, 에야디야 에야디야 해야 솟아라….』
3백여명의 합창소리가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15명으로 구성된 풍물놀이팀이 한바탕 흥을 돋웠다.
첫번째 행사인 기원의식-. 요란한 북소리와 함께『유세차 을축년 9월초 여드레 흥사단대강당에서 퇴폐적 향락문화를 배격하고 올바른 우리문화를 찾고자…』로 시작된 축문은『브레이크댄스귀신, 펑크귀신, 팝송귀신, 가라오께귀신 싹 물러가고 한민족이 일어나…상향』으로 끝났다.
이어서 달놀이. 미국과 일본의 경제적·문화적 침투를 날카롭게 풍자했다.
평화로운 마을에 외래세력의 한쪽이 초컬리트와 콜라·외제운동화를 들고, 또한쪽은 뽕짝과 디스코, 브레이크댄스등을 가지고 사람들을 유혹하나 결국 모두 쫓겨난다는 줄거리.
이석배군 (덕수상고2년)등 9명의 남녀학생들이 펼친 풍자한마당은 관중들의『얼씨구』함성으로 열띤호응을 받았다.
이어서 북(1) 징(1) 꽹과리(4) 장구(9) 등 사물로 조직된 풍물놀이팀이 등장, 40여분동안 을자진·방울진·태극진·가새진등 전통적인 농악의 형태를 모두 선보였다. 박성준군(서울북공고2년)이 상쇠로 하얀 간편한 한복차림의 남녀학생 14명을 이끌었는데 공연중간에 넘어져 관중들의 애정어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오4시 샘물제는 강강수월래 한마당으로 이어졌다. 30여명이 시작한 이 전통마당은 곧 자리에 앉아있던 3백여명이 한데 어우러지는 대잔치로 바뀌었다. 「강강술래, 술래소리 어디로 갔나…」
1시간뒤 샘물제는 경건한 촛불의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상록수』 『선구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침이슬』노래 합창에 이어 양경희양(무학여고2년) 의『우리들의 소리』가 낭독됐다.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다와야 합니다. 옷에나 신경쓰고 브레이크댄스나 추며 팝송을 흥얼거리고 비싼 신발이나 신고 다니는 게 과연 고등학생의 참된 생활이요 문화일까요?‥‥우리의 옷을, 우리의 음악을, 우리의 춤을, 우리의 놀이를 깊이 사랑하는 날 우리는 진정 하나가 될것입니다.』
공연이 막을 내린 하오6시, 가을 저녁놀이, 진하게 깔리는 젊음의 거리 대학로는 이땅을 짊어질 청소년들의 정열과 용기로 가득차 있었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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