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심사위 "국회의원 방송 출연료 받아도 된다", 임대업도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0일 아침 SBS·CBS·불교방송 라디오에 전화 연결로 출연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1회 출연에 5만원씩 모두 15만원을 벌었겠지만, 우 원내대표가 받은 돈은 전혀 없었다.

SBS라디오 관계자는 “정치인에겐 출연료를 주지 않는 게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며 “유력 정치인에게 돈을 드리겠다고 말하기도 어색한 느낌이 있어서, 이런 관행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먼저 “출연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국회의원도 없다.

국회의원은 출연료를 받을 수 없는 걸까. 대답은 ‘No’다. 우 원내대표가 '5만원씩 달라'고 방송국 세 곳에 요구하는 게 허용된다는 뜻이다. 다만 고정 프로그램을 맡으며 정기적으로 출연료를 받는 것은 금지된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의원의 저서 발간, 원고료, 방송 출연료 등의 일부 영리업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제 20대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 심사기준’을 결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윤리심사위는 의원들의 방송 출연이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최근 국회의장 선출,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등 이슈가 불거졌을 때에만 방송국이 우 원내대표의 출연을 요청하는 것처럼 ‘지속성 없는 일시적인 활동’에 대해선 영리 활동을 허용해도 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신문사에서 기고료를 받는 것도 정기적인 활동이 아니라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의원들이 출연료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방송국이나 의원 양측 모두 관행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SBS라디오 관계자는 “대통령이 나와도 5만원을 주는 게 출연료 원칙인데, 이른바 ‘잘 나가시는 분’한테 5만원을 드릴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TV 출연을 수차례 했던 더민주의 한 의원도 “돈을 주지 않으면 ‘안 주나 보다’하는 거지, 내가 먼저 돈 달라고 했다간 구설수에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의원들은 본인 소유의 땅·건물로 임대사업을 할 수 있다. 의원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으면 임대업을 허용하는 국회법에 따라서다. 의원이 당선 이전에 갖고 있던 땅과 건물로만 임대업을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윤리심사위 관계자는 “임대업 가능 규정은 법에 명시돼있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따로 건드릴 수 없었다”며 “출연료 규정 등도 19대 국회때와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리심사위는 20대 의원에 대한 외부 겸직 규제는 강화했다. 이전까지는 ‘○○협회’ ‘◇◇재단’ 등에서 보수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총재·이사장을 맡는 게 일부 허용됐지만, 20대 국회에선 ‘직무 전념성 및 청렴성을 해치지 않는 직무’인지 국회 윤리심사위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윤리심사위 관계자는 “이익 단체 지원 예산 등 각종 민원에 의원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