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 거북선 빗물 줄줄…바다 안 띄워 다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기사 이미지

이순신 광장에 세워진 거북선에 8일 작업자가 방수용 페인트 칠을 하고 있다. [여수=프리랜서 오종찬]

26억원을 들여 실물 크기로 복원한 거북선에 빗물이 줄줄 새고 있어 부실 시공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 여수시는 8일 “중앙동 이순신광장에 세워진 거북선 내부에서 빗물이 새고 있어 오는 22일까지 긴급 정비 공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거북선은 조선시대 전라좌수영 본영인 진남관(鎭南館) 인근 광장에 2014년 2월 길이 35.3m, 폭 10.62m, 무게 177t 규모로 만들어졌다. 2009년 11월 복원 계획을 세웠고 국비와 시비를 각각 13억400만원씩 투입했다.

그런데 “거북선을 호국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던 여수시의 계획은 2년6개월도 지나지 않아 빛이 바랬다. 비가 올 때마다 거북선 안으로 물이 새 들어가 선체 곳곳이 빗물로 범벅이 되고 있 다. 실제로 비가 오는 날 거북선을 찾은 관광객들은 내부에 양동이를 댄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장기간 비가 새면서 천장과 창문·바닥 등 내부 곳곳에 얼룩이 생겼다.

당초 이 거북선은 이순신광장 앞바다에 띄울 계획이었으나 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광장에 전시했다고 한다. 자칫 부실 시공 때문에 거북선 침몰 등 안전 사고 위험에 노출될 뻔했다는 것이다. 주부 정신영(41·여수시 국동)씨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거북선을 자주 찾았는데 바다에 띄웠으면 침몰할 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목재 건축물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보수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배 상판과는 달리 선저(배 바닥) 부분은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덧씌워 해상에 전시해도 방수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수=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