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만난 사람] ‘청춘 명품’ 만든다, 휠라 구원 나선 콤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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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에게 명품은 에르메스가 아니라 스포츠 브랜드의 ‘한정판’ 제품이다. 휠라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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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동 휠라 메가스토어에서 만난 김진면 휠라코리아 사장(왼쪽)과 정구호 휠라코리아 부사장
은 브랜드 리뉴얼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20~30대를 겨냥한 젊음과 특별함이 핵심이다. [사진 오상민 기자]

정구호(51) 부사장(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은 휠라가 갈 길을 이렇게 설명했다.

첫 외부영입 CEO 김진면 사장
전에 손발 맞춘 정구호 CD 영입

김진면(60) 휠라 사장은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휠라의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영국 버버리처럼 혁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휠라’를 선언한 두 사람을 서울 이태원동 휠라 메가스토어에서 만났다. 1991년 설립된 휠라코리아는 2007년 이탈리아의 휠라 본사를 인수할 만큼 성장세였다. 해외 사업을 포함한 매출은 2012년 6704억원, 2014년 7974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잘 나가던 국내 사업이 삐걱거렸다. 같은 시기 국내 사업은 4238억원에서 3974억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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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감지한 윤윤수(71) 휠라코리아 회장은 제일모직에서 구호, 빈폴의 브랜드 리뉴얼을 담당했던 김 사장을 휠라 최초의 외부영입 CEO로 발탁했다. 김 사장은 제일모직에서 손발을 맞췄던 정구호씨를 휠라코리아 CD로 영입했다. 정 CD는 2003년 당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직접 영입해 ‘이서현의 디자이너’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사장은 “정 CD는 손님 기호에 맞춰 음식의 맛과 모양을 바꾸는 주방장, 이를 멋지게 설명하는 지배인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 CD가 “휠라의 변신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 이태원 휠라 메가스토어는 의외로 한산했다.

김 사장은 “브랜드를 젊게 만들기 위해 버버리와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고객 연령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매장이 다소 한가한 것은 중장년층 고객이 이탈하면서 빚어진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1998년 버버리 CEO로 취임한 로즈 마리 브라보는 제품 핏을 줄이고. 10대 모델만 기용하는 등 브랜드 혁신을 주도했다. 그 결과 중장년층 고객 대신 소비 주도층으로 떠오른 젊은 고객이 늘었다. 새로 영입된 로베르토 메니체티 CD는 프리미엄 라인 ‘버버리 프로섬’을 만들었다. 2000년 2억 3000만 파운드(3935억 원)였던 버버리 매출은 2006년 7억4000만 파운드(1조2663억원)로 3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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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처럼 정구호 CD도 휠라의 상위 브랜드 ‘휠라 오리지날레’를 만들었다. 정 CD는 “브랜드는 익숙해지면 정체된다. 나이키가 선전하는 이유는 스포츠에 패션, 기능을 끊임없이 추가해 식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휠라도 낯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CD는 ‘스타일리시 퍼포먼스’를 브랜드 콘셉트로 내걸었다.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휠라는 올해 2월 신세계백화점 마산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대형매장 9곳을 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때에 대형매장을 빠르게 늘리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정 CD는 “브랜드 리뉴얼에 ‘차근차근’이란 말은 없다. 어느 순간 ‘와우’하고 놀라게 할 것”이라고 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 12월 711개였던 매장 수는 올해 3월까지 645개로 약 10% 줄였고 아웃도어 사업도 철수했다. 대신 서울 한남동, 삼청동 등에 밴드 공연장을 겸한 팝업스토어를 열어 젊은 층을 공략했다. 연예인, 유명인만 초대해 휠라 리미티드 에디션 ‘휠라 블랙’을 선보이는 파티도 열었다.

김진면 사장은 “6월 중순에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점, 강남점에 4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오픈하고 미국 고급백화점 노스트롬, 니만 마커스에도 입점한다”면서 “휠라의 변신에 유통업계가 먼저 반응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그는 “2020년까지 국내에서 8000억 원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휠라의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82억원, 6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22%, 77% 감소했다.

김 사장은 “휠라 오리지날레 등 리뉴얼 제품을 일반 매장에 공급하기 시작하는 내년 가을까지는 실적보단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이라고 말했다.

글=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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