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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중 24년+수익···맥킨지, 11조원 비밀펀드 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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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맥킨지가 비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내부 고위 임원(파트너)의 자금과 사내 연기금을 굴리기 위해서다. 문제는 맥킨지가 기업 컨설팅을 해서 얻은 정보를 이 비밀펀드가 활용해 투자할 수 있고, 맥킨지 파트너들이 기업의 주주나 경영진에게 이로운 내용을 조언하기보다는 자신의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컨설팅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맥킨지는 컨설팅 부문과 펀드 부문은 엄격히 구분돼 있다고 주장했다.

FT, 임원·연기금 운용 조직 보도
헤지펀드가 3% 번 해에 14% 수익
고객에 자사 수익 노린 조언 가능성
사측 “컨설팅 부문과 엄격히 분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맥킨지가 전현직 파트너의 자금과 사내 연기금을 운용하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회사 이름은 맥킨지인베스트먼트오피스(MIO)다. FT는 “MIO의 이사는 맥킨지에서 미국시장·에너지·투자은행·사모펀드 부문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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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에 따르면 MIO의 자산 규모는 95억 달러(약 11조40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50억 달러 정도가 맥킨지의 고위 임원 자금이다. 나머지는 맥킨지 직원들을 위한 연기금이다.

맥킨지는 인재 영입과 유지를 위해 MIO를 설립했다. 특별히 자산을 운용해 파트너들에게 별도 수익을 올려 주기 위해서다. 이 펀드는 2014년 맥킨지 파트너들에게 14% 정도 투자수익을 안겼다. 그해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은 3% 정도였다.

MIO가 직접 자금을 운용하지는 않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를 확인한 결과 MIO 산하엔 ‘컴파스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CSP)’가 설정돼 있다. 일반 투자자의 돈은 받지 않는 사모펀드다. 최저 투자 한도는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다. 하지만 1인당 실제 투자금은 2476만 달러 정도다. MIO 등이 뭉칫돈을 맡겼다는 얘기다.

FT는 “CSP가 최근 25년 가운데 24년 동안 플러스 수익을 달성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 유일하게 손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FT는 “MIO 자금이 맥킨지가 컨설팅하는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해상충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맥킨지 파트너들이 기업의 주주나 경영진에게 이로운 내용을 조언하기보다는 자신의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컨설팅을 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FT에 따르면 맥킨지는 “컨설팅 부문과 MIO가 엄격히 분리돼 있다. 심지어 전산 시스템도 별도”라고 주장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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