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진경준 주식 대박’ 이래도 특혜성이 아니란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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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사들여 126억원을 벌어들인 진경준 검사장의 최초 주식 매입 대금은 넥슨이 대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개인 자금 등으로 주식을 매입했다는 진 검사장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넥슨은 2005년 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 대금을 빌려줬다고 그제 공식 인정했다. 당시 주식 매입을 희망하는 진 검사장과 김상헌(당시 LG전자 부사장) 네이버 대표, 박성준 전 NXC 감사 등 3명에게 각각 4억2500만원씩을 빌려줬다는 것이다. 넥슨은 “당시 주식 매도자가 수일 내 입금을 원했다. 진 검사장 등이 근시일 내에 자금 상환이 가능하다고 해 회사에서 빠른 거래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대여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 검사장 등이 빌린 돈에 대해 별도의 이자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선 “주주들이 해당 기간만큼 이익을 본 것으로 판단해 배당소득세를 납부했다”고 했다.

앞서 진 검사장은 주식 매입 자금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돈”이라고 했다가 지난 4월 공직자윤리위 조사에선 “개인 보유 자금과 장모에게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 조사 과정에서 그가 넥슨에서 4억2500만원을 송금받은 사실이 나타났다. 일련의 거짓말 자체가 특혜 혐의를 짙게 하고 있다. 특히 현직 검사를 주주로 만들기 위해 회삿돈까지 빌려줬다는 것은 진 검사장과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가까운 대학 동문이라는 것만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다. 모종의 영향력 행사를 기대한 특혜성 선물로 볼 여지가 커졌다.

법무부가 진상을 덮은 채 징계권만 만지작거려온 건 ‘제 식구 봐주기’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고발이 접수됐음에도 이제 겨우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검찰도 다를 게 없다. 뇌물이나 배임 혐의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지만 주식 대박을 터뜨린 진 검사장과 해당 업체 사이에 어떤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피의자들 앞에서 “허위 진술을 하지 말라”고 해온 검사장이 거짓 해명이나 일삼고, 법무부·검찰이 그 뒤를 봐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 법질서를 뒤흔드는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