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중 전략경제대화, 북핵 공조 강화 계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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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번 주초 중국 베이징의 하늘이 잔뜩 흐릴 전망이다. 6~7일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따뜻한 말보다는 갈등을 시사하는 험하고 격한 말들이 오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8회째인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정상회담 다음으로 격이 높다. 미국에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중국에선 경제 부총리 왕양(汪洋)과 외교담당 국무위원 양제츠(楊潔?)가 각각 양국 대표단을 이끈다.

올해는 중국 압박에 나서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부터 예사롭지 않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 바람이 불고 있거니와 올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열리는 마지막 대화인 만큼 할 말은 하고 넘어가겠다는 미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읽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와 관련해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과 철강은 물론 닭발까지 분쟁의 대상으로 삼아 벼르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미국은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을 비난하고 있다. 또 중국이 미국산 닭발 등 닭고기에 부당하게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다. 미·중 통상전쟁이 강 건너 불은 아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400~50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우리 업체들도 반덤핑 관세 분쟁에 휘말리는 등 사방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이번 미·중 회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핵심 의제로 논의될 북핵(北核) 문제다. 최근 북한 핵 해법을 둘러싼 미·중 기류 변화가 미묘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하면서 환한 미소를 지은 게 북·중 관계 복원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반면 미국은 시진핑과 이수용이 만난 당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미국과 거래하고 싶으면 북한과 금융활동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북한과 거래가 많은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던진 셈이다. 중국은 “자국의 국내법에 근거해 다른 나라를 제재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미·중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상과 안보 정책을 달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양국의 갈등이 행여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핵 문제에 대한 대립으로 치달으면 안 된다.

현재 국제사회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결의안에 따라 일관된 대북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대북제재 전선에 한 치의 균열이라도 가져와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미·중은 이번 대화를 북핵 해결의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목표로 하는 건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미·중 대화가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성의 있게 나오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