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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심판 매수 의혹에 책임” 사퇴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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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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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이유를 막론하고 감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철근 단장 “사과 늦어 죄송”
전북, AFC 챔스리그 8강 진출

심판 매수 의혹에 휩싸인 프로축구 전북 현대 최강희(57) 감독이 사퇴를 시사했다.

최 감독은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 팀에 10년 이상 있으면서 구단, 팬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팀을 운영해왔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또 “아직 조사 중이고 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밝혀지면 그 때 가서 다시 말씀드리겠다. 전적으로 감독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단과 전북, K리그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부산지검 외사부는 2013년 심판 A씨와 B씨에게 수백만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전북 스카우트 C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심판 A씨와 B씨는 전북 직원 C씨로부터 각각 두 차례와 세 차례, 경기당 100만원 씩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았다.

전북은 K리그 3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강팀이다. 그래서 충격이 더 컸다. 전북은 지난 23일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 행위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도 “해당 직원이 구단에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꼬리 자르기’라는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이날 “직접 사과드리고 신속하게 모든 처리를 했어야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 전북과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을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 구단 책임자로서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은 최 감독이 전북 지휘봉을 잠시 내려놓고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던 시기였다. 하지만 최 감독과 이 단장은 검찰 발표에 따라 책임질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심판 매수 사실이 드러난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소속인 경남FC는 올 시즌 승점 10점 감점과 함께 제재금 7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전북은 심판 매수 의혹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도 이날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홈 2차전에서 멜버른을 2-1로 꺾었다. 전북 공격수 레오나르도(30·브라질)가 전반 29분 프리킥 선제골을 터트렸고, 후반 26분 오른발 추가골을 뽑아냈다. 후반 39분 한 골을 내준 전북은 리드를 잘 지켰다. 원정 1차전에서 1-1로 비겼던 전북은 1·2차전 합계 3-2로 2년 연속 8강에 진출했다.

최 감독은 “불미스러운 일로 선수들과 이틀 동안 가장 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래도 선수들이 본연의 임무를 해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전주 월드컵경기장에는 1만2811명의 관중이 찾았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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