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매매 수수료 최고 4배 바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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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경기도의 한 공공택지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된 주부 심모(37)씨는 최근 분양권을 매도하려다 깜짝 놀랐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도 의뢰를 했더니 중개수수료로 2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심씨는 “다른 중개업소도 약속이라도 한 듯 200만원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거래액 관계 없이 100만~500만원
다운계약서 관행이 불법 부추겨

인기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부동산중개업소가 분양권 매매 수수료를 높여서 받는 ‘바가지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수수료를 거래 금액에 관계없이 100만~500만원 ‘정액제’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법정 수수료의 3~4배 수준이다.

23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위례신도시,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 화성시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인기 공공택지는 200만~500만원, 세종시·부산·대구 등지는 100만~200만원 안팎에 분양권 중개 수수료가 형성돼 있다. 분양권은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로, 계약 직후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분양권의 법정 중개수수료는 매도·매수자간 실제 오간 금액에 수수료율(보통 0.4%)을 곱해 산정한다. 예컨대 총 분양가가 4억원인 아파트 분양권을 내놓은 심씨의 실제 매도 금액은 심씨가 이미 납부한 계약금(4000만원)과 중도금 8000만원에 웃돈 1000만원을 합한 1억3000만원이다. 이 분양권의 법정 수수료는 총 매매대금(1억3000만원)의 0.5%인 65만원에 불과하다.

바가지 수수료는 분양권 시장에 만연한 ‘다운계약’(양도소득세를 낮출 목적으로 실제 거래금액을 낮춰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아파트를 계약한 지 1년 뒤에 웃돈 1억원을 받고 분양권을 판다면 양도세로만 5000만원가량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법정 수수료의 서너 배인 500만원을 내더라도 다운계약을 하면 양도세를 아예 안 내거나 확 줄일 수 있다.

매도자는 세금을 아낄 수 있고, 이를 빌미로 중개업소는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으니 관행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다운계약은 적발되면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안덕수 국세청 부동산납세과장은 “양도세 예정 신고를 받으면 철저한 사후 검증을 거쳐 다운계약과 같은 거짓 계약 여부를 점검하고 혐의가 발견되면 엄격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황정일·하남현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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