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제품 쓰겠소, 세포라가 먼저 찾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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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모리 배해동 회장이 서울 방배동 본사 1층에서 최근 출시된 제품들 앞에 섰다. 토니모리는 설립 10주년을 맞아 로고를 바꾸고 본사도 확장 이전할 계획이다. 올해 매출은 2600억원을 예상한다. [사진 김성룡 기자]

“국내 화장품 시장은 완전히 포화상태예요. 세계로 나가서 거기서 올라서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창립 10년 토니모리 배해동 회장
품질 인정해 먼저 제품 달라고 요청
유럽 825개 매장에 일제히 입점
전 세계 41개국서 2000억대 매출
“내년 완공 중국 공장이 전진기지”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화장품 기업 ‘토니모리(TONYMOLY)’의 배해동(58) 회장은 앞으로 10년의 ‘살아남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토니모리는 최근 큰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13일 유럽 전역 14개국 ‘세포라(Sephora)’매장 825곳에 일제히 입점한 것이다. 세포라는 명품계의 큰 손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화장품 매장이다. 워낙 요구 조건이 까다롭고 콧대가 높아 세포라 입점은 화장품 업체들에겐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 선발 출전’ 정도로 여겨진다.

최근 서울 방배동 토니모리 본사에서 만난 배 회장은 “지난해 세포라 매니저가 찾아와 먼저 제안을 했다”며 “1년 동안 한국 브랜드는 토니모리만 독점판매하고, 광고·홍보비도 모두 세포라가 대기로 했다”고 했다. 말 그대로 ‘모셔간’셈이다.

토니모리는 지난 2006년 배 회장이 세운 화장품 회사다. 그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렸다. 일본·대만·홍콩·중국 등 아시아를 시작으로 2014년 미국(뉴욕 맨해튼 매장)으로 영역을 넓혔고, 올해 유럽까지 진출했다. 현재 41개국에 7700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매출은 2010년 567억원에서 지난해 2199억원으로 연평균 31% 성장중이다.

비결은 품질이다. 배 회장은 “남들은 화장품을 콘셉트 만으로 쉽게 잘도 팔더라”면서 “난 용기 만드는 제조업 출신이라 그런가 다른 건 다 용서해도 품질 나쁜 것만은 용서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품질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게 뷰티산업이다. 토니모리는 이 플러스 알파 부분을 ‘재미’로 잡았다. 토마토 모양 팩, 바나나 모양 핸드크림, 윤기 도는 큼직한 입술 모양 립밤 등 화장품 기능에 맞는 이미지를 성분·용기와 연결시켜 호응을 얻었다. 유럽 세포라 측도 토니모리에 대해 “유럽업체에 없는 상상하지 못할 아이디어가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유럽과 함께 역점을 두는 곳은 중국이다. 2017년 완공 목표로 공사에 들어간 화장품 공장이 전진기지가 될 예정이다. 배 회장은 “연간 5억개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중국 공장이 완공되면 압도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매출 2600억원 이상을 올린 뒤 2020년까지 1조원 달성을 노리고 있다. 배 회장은 설립 10주년을 계기로 회사 슬로건을 ‘위티뷰티(Witty Beauty) 토니모리’로 바꿨다.

배 회장은 “요즘엔 예뻐져도 즐겁게 예뻐지길 원한다”면서 “위트와 센스, 즐거움이 있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세계적인 뷰티 트렌드”라고 했다. 배 회장은 “토니모리가 ‘K-뷰티’를 이끌어 서울이 세계 뷰티의 중심지가 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해동 회장=쥬리아 화장품에 근무하다 1994년 화장품 용기제조 업체 태성산업, 2006년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를 설립했다. 독특한 화장품 용기를 활용한 ‘펀(fun)마케팅’으로 큰 성과를 올렸고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했다.

글=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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