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참상 세계에 알린 힌츠페터, 광주에 잠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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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최초로 알린 독일 언론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추모식이 16일 광주광역시 망월동에서 열렸다. 힌츠페터는 지난 1월 25일 79세를 일기로 독일에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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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고 위르겐 힌츠페터 추모식에서 부인 브람슈테트 여사가 표지석을 쓰다듬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추모식에는 힌츠페터의 부인 엘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79) 여사와 5·18 당시 외신기자였던 브래들리 마틴, 노만 소프, 팀 셔록, 돈 커크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브람슈테트 여사는 “남편은 80년 5월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학생과 시민들이 안장된 망월동 묘역에 함께 묻히는 게 꿈이었다”며 “고인의 바람을 이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고인의 바람대로 역사적인 장소에 모시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망월동에서 유품 안치식·추모식
독일서 온 부인 “남편 소원 이뤄져”

이날 추모식은 망월동 묘역에 들어선 ‘힌츠페터 정원’에서 열렸다. 5·18기념재단은 80년 당시 목숨을 걸고 5·18의 현장을 전 세계에 알린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최근 정원을 조성했다. 망월동은 국립 5·18 민주묘지로 이전되기 전까지 5월 희생자들이 안장됐던 곳이다. 추모식에 참석한 사사나 구스마오 전 동티모르 대통령은 브람슈테트 여사에게 직접 들고온 녹색 스카프를 둘러주며 위로했다.

앞서 15일엔 이곳에서 고인의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품 안치식이 열렸다. 2005년 광주광역시를 찾은 힌츠페터가 “광주에 묻어달라”며 5·18기념재단에 맡긴 유품들이다. 브람슈테트 여사는 고인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분청사기에 담아 표지석 아래 묻었다. 표지석에는 힌츠페터의 생애와 업적, 기사 내용 등이 적혀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유가족을 위로하며 광주명예시민 메달을 전달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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