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 vs 미생 군단…수원의 태양은 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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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이상 잉글랜드). AC 밀란과 인터 밀란(이탈리아).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유럽축구 빅리그의 ‘한 지붕 두 가족’ 팀들이다. 라이벌의 숙명을 타고난 두 팀이 맞붙는 날, 연고 도시는 축구 전쟁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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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훈(左), 오군지미(右)

프로축구 K리그에도 더비(derby·동일한 연고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팀)가 탄생했다. 수원 FC가 지난해 K리그 챌린지(프로 2부)에서 클래식(프로 1부)으로 승격한 덕분에 수원 삼성과 맞대결을 펼치는 ‘수원 더비’가 성사됐다.

오후 5시 JTBC3 FOX Sports 중계
수원 삼성, 권창훈 양발에 기대
서정원 감독 “3-1로 이길 것” 장담
벨기에 대표 출신 오군지미‘맞불’
홈팀 수원 FC “우리가 2-1로 승리”

프로축구에 지역 연고제가 뿌리내린 1996년 이후 1부 리그에서 한 도시를 연고로 두 팀이 경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 팀은 14일 오후 5시 수원 FC의 홈구장인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올 시즌 첫 맞대결을 벌인다.

홈팀 수원 FC는 ‘축구계 미생(未生) 군단’이다. 2003년 실업축구팀 ‘수원시청’으로 출발한 뒤 2013년 프로팀으로 변신, K리그 챌린지에 합류했다. 과감한 투자도, 유명한 스타도 없이 조덕제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1부 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지난해 정규 리그를 3위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서 챌린지(2부 리그) 강호 대구 FC와 1부 리그 명가 부산 아이파크를 잇따라 꺾고 ‘K리그판 반란 드라마’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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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감독은 ‘수원 더비’를 앞두고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마빈 오군지미(29·벨기에)에게 기대를 건다. 2010년 벨기에 국가대표로 뽑혔던 오군지미는 레알 마요르카(스페인), 스탕다르 리에주(벨기에) 등 유럽 내 강팀들을 두루 거치며 기대를 모았지만, 잇따른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노르웨이 팀에서 뛰던 지난해 7월 왼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진 이후엔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소리도 들었다.

오군지미는 “무릎을 다친 뒤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그런 나에게 조 감독이 ‘시간을 충분히 줄 테니 다시 몸을 만들어보라’며 손을 내밀었다. 어떻게든 재기해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지난 2월 팀에 합류해 혹독한 재활 과정을 거친 그는 시즌 개막 후 벤치 멤버로 시작해 조금씩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올 시즌 7경기(교체 6회)에 출전한 오군지미는 10차례의 슈팅만으로 3골을 뽑아낼 정도로 킬러 본능을 뽐낸다. 조 감독은 “수원 삼성 선수들은 후반 35분을 넘으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후반 막판에 골을 넣어 2-1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더비의 형님 격인 수원 삼성은 플레이메이커 권창훈(23)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올 시즌 4골을 터뜨리며 팀내 득점 1위를 기록 중인 그를 수원 팬들은 ‘소년 가장’이라 부른다. 구단이 허리띠를 졸라매 스타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빠져나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권창훈은 리우 올림픽에 나설 23세 이하 대표팀은 물론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둔 A대표팀에서도 주축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득점력은 물론 패스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도 K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우리 팀에는 권창훈·염기훈·산토스 등 필요할 때 골을 넣어주는 선수들이 있다. 후반 막판에 한 골을 내주고 3-1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JTBC3 FOX Sports가 생중계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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