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 마을 제대로 공부하자…대전학·천안학 ‘열공’ 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기사 이미지

대전 어남동 신채호 선생 생가를 찾은 대전학 수강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 대청댐 물문화관 전시실. 45인승 버스에서 대전시민 30여 명이 내렸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이 마련한 ‘찾아가는 대전학’ 탐방프로그램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전시실에서 김향빈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대전 평생교육진흥원 무료 강의
3개월 새 시민 500여 명 수강
천안 7개 대학선 교양과목 개설

김씨는 “대청호는 전국에서 규모가 셋째로 큰 댐이다. 대청호에는 20여 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설명을 들은 주부 양옥희(54)씨는 “대전에서 태어나서 지금껏 살았지만 대청호를 비롯해 지역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며 “지역을 새롭게 알고 나니 대전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역학 붐이 일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나 대학이 지역학 강좌나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체성을 확립하자는 게 기본 취지다. 여기에다 문화유적 등 관광자원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지역 학문의 토대를 구축하려는 목표도 있다.

한밭대 이영휘(53·교양학부) 교수는 “아무리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도 지역주민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도시 발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민의 지역에 대한 관심은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역학은 전국에 30여 개가 있다. 영남학·충청학·호남학 등 권역별 학문과 대전학·서울학·부산학·대구학·인천학 등 광역단체별 지역학, 안동학·전주학·안산학·강릉학 등 기초단체별 지역학이 있다.

대전시 산하 평생교육진흥원은 올해 대전학 강좌를 개설했다. 대전의 역사·인물·예술·음식·과학·민속·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운다. 강의는 현장을 찾아 해설사 등으로부터 설명을 듣거나 강의실에서 특강을 듣는 방식이다. 산성·댐·대덕연구개발특구·문화유적 등 그동안 쉽게 가보지 못했던 곳도 방문한다.

지난 3월 시작한 프로그램은 12월까지 계속된다. 수요일과 토요일 등 매주 두 차례 열리며 수강료는 없다. 지금까지 500여 명의 시민이 강의에 참가했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송용길 원장은 “우암 송시열, 단재 신채호 등의 인물을 배출한 역사도시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시민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나사렛대·호서대·상명대 등 천안지역 7개 대학은 2009년 ‘천안학’을 교양과목으로 개설했다. 이 가운데 일부 대학은 ‘충남학’ 과목까지 운영한다. 천안학은 매주 두 시간씩 천안의 역사·인문·지리·교육·문화·관광·환경·산업에 대해 전문가들이 강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사렛대 임승안 총장은 “재학생 가운데 70% 이상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 출신”이라며 “이들에게 지역을 제대로 알리는 게 강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경북 경산의 경일대와 인근 대구가톨릭대·대구 한의대는 지난해 3월부터 경산학(2학점)을 교양선택과목으로 개설했다. 학교가 자리 잡은 경산시의 역사·지리·교육·관광·산업·정치 등을 배운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