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척추압박골절 4명 중 1명이 자연치유…수술 서두르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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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모(78·여)씨는 3년 전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척추뼈가 부러졌다. 허리와 등에 심한 통증을 느낀 이씨는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척추 압박골절’이란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척추 부위에 의료용 시멘트를 주입하는 척추 성형술을 권했다. 통증 때문에 힘들었던 이씨는 병원에서 권하는 대로 척추 성형술을 받았고 통증은 이내 사라졌다.

문제는 그 뒤에 벌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멘트를 넣은 골절 부위 주변이 또다시 부러진 것이다. 당시 이씨는 골다공증을 앓고 있었다. 골절 부위는 골 시멘트가 자리를 잡으면서 단단하게 고정됐지만 그 부위의 위·아래 뼈가 버티질 못했다. 이씨는 다시 병원을 찾아 재시술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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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인해 척추뼈가 부러지는 척추 압박골절은 60대 이상 노인에게 주로 생긴다. 이 경우 이씨처럼 골절 직후 척추 성형술을 받는 게 일반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시술 이전에 통증을 가라앉히는 주사를 맞고 2주 이상 기다려보면 4명 중 1명은 시술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연 치유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영준·이준우 교수팀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1~2014년 척추 성형술 처방을 받은 환자 169명을 대상으로 시술하기 전 척추 후관절(척추의 위·아래를 연결하는 관절)에 주사를 놓은 뒤 2주간 기다려보게 했다. 주사제는 스테로이드와 국소 마취제 성분으로 통증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46%의 환자가 통증이 줄었고 23%는 통증이 완전히 사라져 척추 성형술을 받지 않아도 됐다. 이준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 4명 중 1명이 불필요한 시술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척추 압박골절은 일반적으로 외상 때문에 생기지만 나이가 들면서 골다공증 등에 의해 저절로 나타나기도 한다. 심한 통증을 동반하지만 2주에서 3개월 내에 대부분 자연적으로 낫는다. 하지만 통증이 워낙 심하다 보니 노인 환자의 경우 폐 기능 저하나 우울증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래서 노인 환자들은 통증을 빨리 가라앉힐 수 있는 척추 성형술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작지 않았다. 이영준 교수는 “척추에 굵은 바늘을 찔러 넣고 시멘트를 주입하다 보니 과다 출혈이나 감염 위험이 있고,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시술 부위의 위·아래 뼈가 다시 골절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노인 환자는 고혈압 때문에 아스피린을 상시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척추 성형술이 과다 출혈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멘트를 너무 많이 넣어 척수나 신경이 눌리거나 시멘트 조각이 혈관을 타고 흘러가 폐 혈관을 막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한다.

주사제 주입술의 원리는 통증을 줄여줘 우리 몸이 자연 치유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무조건 척추 성형술을 하기보다는 일단 2주 이상 안정을 취하며 기다려본 뒤 상태를 보고 시술을 할지 말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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