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해, 정무국 부위원장 9명 중 맨앞 ‘당 간판’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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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갈 북한의 파워엘리트 진용이 제7차 당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0일 당 주요 지도기관 간부들의 면면을 공개했다. 김정은의 핵심 참모이자 북한 권력의 수뇌부인 셈이다.

스위스 김정은 유학 도운 이수용
강석주 자리 맡아 대외정책 챙길 듯
‘미사일 총책’ 이만건 군수공업부장
정치·정무국, 군사위 동시 진입
숙청설 이영길은 정치국 후보위원

이번 인선의 특징은 파격적인 세대교체보다는 조직 안정을 택한 것으로 요약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원로들의 교체는 찾아보기 어렵고 당·정·군 주요 부문에 검증된 인물 위주로 포진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노·장·청 조화를 꾀한 인사”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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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정치국=당 정치국은 최고지도자가 필요할 경우 소집해 중요한 정책과 인사 결정을 내리는 핵심 기구다. 2013년 12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하는 결정을 내린 곳도 당 정치국 회의였다. 그만큼 북한 권부의 핵심이다.

김정은은 이번에 정치국 소속 상무위원(3명→5명), 위원(15명→19명), 후보위원(7명→9명) 등의 정원을 모두 늘렸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확대 지향적 인사를 편 것은 그만큼 조직 장악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조직 정원을 늘린 것뿐 아니라 상당 폭의 승진 인사도 했다. 박봉주와 최용해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새로 합류했고 이수용·김평해·김영철·이만건·노두철·박영식·이명수·최부일 등 8명이 정치국 위원에 발탁됐다. 김평해·노두철·최부일은 후보위원에서 한 단계 승진했다.

기존 정치국 위원이던 김원홍(국가안전보위부장)과 함께 새로 진입한 박영식(인민무력부장)·이명수(총참모장)·최부일(인민보안부장) 등 4명을 정치국 위원에 포진시킨 건 “정보·군 ·치안 등 북한 체제 유지의 버팀목이 되는 직책을 중용한다는 김정은 생각이 반영된 것”(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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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별’ 3인방=2년 만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복귀한 최용해는 이번 인선의 하이라이트다. 비서국을 대신해 신설된 정무국의 부위원장(옛 당 비서) 9명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같은 상무위원인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황병서(군 총정치국장)·박봉주(내각 총리)가 각각 입법기관·군·내각을 대표한다면 최용해는 ‘당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수용 외무상과 이만건 당 군수공업부장의 급부상도 눈에 띈다. 1988~2010년 스위스 대사 등을 지낸 이수용은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스위스 유학 시절 뒤를 봐준 인물이다. 이수용은 와병설이 도는 강석주(전 당 국제담당비서)의 자리를 대신 맡아 김정은 시대의 대외 정책 전반을 관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만건도 정치국 위원에 새로 진입했다. 특히 ▶정무국 부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3관왕’을 차지했다. 올 초 당 군수공업부장에 기용된 이만건은 김정은이 올해 핵·미사일 발사를 기념해 사진 촬영을 할 때 등장했던 인물이다. ‘미사일 총책’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엔 안보리 제재 명단에도 올랐다.

정치국 위원 중 이용무(91), 후보위원 중 오극렬(86)이 이번에 빠진 것은 고령 인사 교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도춘(전 당 군수담당비서)도 정치국 위원에서 물러났다. 9명으로 확대된 정치국 후보위원에는 이용호(외무성 부상) 등 7명이 새로 합류했다. 이용호는 이수용이 맡아온 외무상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무수단 미사일 실패로 몰락한 김낙겸=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당내 군사와 관련된 최고 기구다. 그런 당 중앙군사위원에서 김낙겸(전략군사령관)이 빠졌다. 전략군은 단·중거리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관할하는 부대다. 김정은 시대 들어 승승장구하던 김낙겸은 당 중앙군사위원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제외됨으로써 지난달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 발사 실패로 인한 경질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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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무수단이 연이어 발사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기자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낙겸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는 이름을 올렸다.

정보 당국이 지난 2월 숙청됐다고 한 이영길(전 총참모장)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에 이름을 올려 건재를 과시했다. 노동신문 사진에서 상장(별 3개)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사상 학습, 노동을 통한 재교육 등 혁명화 과정을 마치고 복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구·정용수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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