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논술교실」10회연재 중간점검 대담|자기주장을 개성있게 표현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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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매주 제목을 미리 주고 수험생들의 논술작품을 투고 받아 두분 교수님의 강평을 붙여 게재해오는 「중앙논술교실」이 지난 18일(일부지방19일)로 10회를 맞았읍니다.
그동안 응모해 온 학생들의 논술작품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요.
▲김은전교수=신문연재이후 개인적으로도 많은 전화와 서신문의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학생들이 논술에 생소한 탓이지요. 흔히 논술의 모델을 신문사설로 여겨 이를 모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설은 사회현상을 보는 신문사의 공공적인 글로 「개인부재의 글」이라는 점에서 논술과 다르다고 봅니다.
즉 논술에서는 독특한 개성의 표현과 함께 자기주장이 배어있어야 한다는 점임니다. 그러나 많은 작품들이 개인의 경험이나 생각을 형상화 시키는게 미숙하더군요.
▲차경수교수=응모학생들의 열성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주제가 조금 추상적이고 어려우면 그 기본방향을 못잡는 학생들이 많더군요. 교복 자율화나 청소년 문화등 비교적 구체적이고 신문이나 TV에서 자주 논의된 것은 아주 열성적으로 자기 주장을 펴고 있는 반면, 다소 깊은 사고력을 요하는 것은 응모작품도 약간 줄어들 뿐 아니라 방향설정이 잘못된데다 주제의식도 빈곤했읍니다.
-학생들이 그동안 암기위주의 주입식 공부만을 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응모경향을 살펴보면 서울등 대도시보다 지방소재 학교에서 논술때문에 더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몇몇 학교에서는 지도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중앙논술교실」제목을 주고 작품을 쓰게 해 우수한 작품만을 골라 지도교사의 편지와 함께 보낼 정도로 관심이 컸읍니다.
▲차=작품을 살펴보다가 「신문에 싣지 않아도 좋으니 꼭 평을 해주세요」라는 별도내용의 편지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일일이 평을 못해준 그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나 그 열성과 노력이 함께하면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김=그 열성은 높이 살만하지만 정작 대학입시 논술답안에 「두서없는 글이 되어 죄송합니다」 「난필을 용서해주세요」 등의 구걸형 후기는 아무런 보탬이 되질 못합니다.
-신문이 너무 지나치게 논술붐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중앙논술교실」실시이후 일반인들로부터도 많은 문의를 받았읍니다. 사회전체적으로 「글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쓸 수 있는가」라는 붐이 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응모작품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시지요.
▲차=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맞춤법·띄어쓰기·원고지사용법 등 가장 기초적인 실수를 범하고 있읍니다.
단락구분도 그 개념이 서 있지 않습니다. 붙여써야 할 곳은 띄어쓰고, 띄어써야 할 때는 붙여놓고 하더군요. 특히 결론부분은 꼭 떼어서 쓰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김=기성인의 글을 그대로 모방하여 어렵게 쓰는 경향이 많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라면 될 것을「인간은 누구나 귀중한 인격이요 생명이다」는 식으로 쓰는 것이지요.
▲차=자신의 주장을 펴는데는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거나 대립되는 것을 비교하는 방법등 기본적인 유형이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주장을 펴는 방법이 미숙합니다.
▲김=어떤 주제에 대해 비슷한 논조를 펴는 학생들의 작품이 의외로 많은데 놀랐습니다. 상식적인 문제는 역설적 표현이나 상식론을 뒤엎는 논조를 폄으로써 효과를 낼수도 있읍니다.
-10여년동안 획일화된 교육을 받은 탓으로 생각됩니다. 「자유와 자율」「아르바이트학생의 득실」등은 그 예까지 비슷한 글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강평한 작품들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어느 정도일까요.
▲김=주재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읍니다. 일반적인 수준은 70점정도 줄수 있다고 봅니다.
▲차=10%정도는 우수하고30∼40%는 보통수준이지요. 나머지 절반은 낙제작품으로 봅니다.
▲김=논술시험에 대한 채점의 공정성이 많이 거론됐는데 여러번 강평을 하다보니 작품의 상대평가는 쉽게할 수 있더군요. 구체적으로 몇점이냐하는 문제는 더 연구돼야 할 것입니다.
▲차=특히 자료제시형의 경우에는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학생다운 신선함을 잃지 않아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요.
-고3에게는 논술고사가 이제 7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수험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요.
▲김=집안에서 90분안에 주어진 제목으로 직접 써보는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논술교실을 읽을 때에도 강평을 보기에 앞서 신문에 실린 학생들의 글을 자신이 직접 평을 해보면 비판의식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차=직접 써보지 않고 남의 작품과 강평을 읽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읍니다. 친한 친구들끼리 「논술클럽」을 만들어 같이 쓰고 서로 평을 해보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김=일선학교에서는 우선 학력고사를 치른뒤 한달여동안 집중적으로 논술을 준비하면 된다고 보는 듯한데 위험한 생각입니다. 미리 많이 써 보고 교양서적을 읽어야지요. 신문사설이나 칼럼도 그냥 읽지만 말고 자연·사회생활·문화예술등 분야별로 따로 정리하는게 좋습니다.
▲차=요령만으로 좋은 논술을 쓸 수는 없읍니다. 내용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평소 관련지식이 담긴 책을 읽고 자료를 모아 두는게 필요합니다.
-그 동안의 제목이 인문계지향적인데다 조금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차=「현실지향적인 삶과 미래지향적인 삶」등 약간 어려운 문제가 있긴 했어도 습작삼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서울대에서는 상당한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나오리라고 예상합니다.
▲김=앞으로 자연과학전공교수와 상의해서 이 분야의 문제도 번갈아 낼 계획입니다. 자료제시형 문제도 더 취급해야지요.
-변함없이 적절한 문제와 좋은 강평을 부탁드립니다. <질문·정리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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